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게속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다중채무자 규모가 2012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큰 자산이 없는 2030세대들의 다중채무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채권 부실의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자 중 22.4%가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는 지난해 말(22.1%)보다 0.3%p 늘어났으며, 다중채무자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패널 약 100만명의 신용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이 비중을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자 수(1989만4000명)에 적용하면 445만6000여명이 다중채무자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을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40대가 보유한 대출이 전체 대출 잔액의 32.6%를 차지했다. 이어 ▲50대(28.0%) ▲30대 이하(26.8%) ▲60대 이상(12.6%) 순이었다.
문제는 30대 이하 다중채무자들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비율은 23.4%에서 2020년 25.2%로 증가했으며 2021년 26.2%, 2022년 26.8%로 늘어났다.
채무자들은 대부분 저축은행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말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 중 76.8%가 저축은행으로 은행과 상호금융, 보험사, 여전사는 감소한 반면 저축은행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빚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위험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수가 늘고 있다”며 “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나빠질 경우 청년층,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현 의원은 “다중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청년,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런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자 상환 유예 같은 금융 방안에 더해 재정 지원 등 계층별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