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확대명 분위기는 굳어지고 있지만 당원 투표율은 30% 수준에 그치면서 당내 정치가 팬덤정치로만 흐르지 않을까 하는 강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역인 호남에서 35.49%라는 낮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모인 표심이 당원들의 총의를 제대로 담고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당내 분위기도 감지된다.
2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호남에서 진행된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35.4%로 집계됐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약 36%가 밀집된 호남인 만큼 어느 지역보다 큰 관심을 끌었지만 전국 평균치(36.44%/22일 현재)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날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투표율은 낮아지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반영된 표심이 당심이나 민심을 제대로 담고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추세로 볼 때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은 아마 30% 초반일 텐데 투표하지 않은 당원 전체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까지의 투표 결과를 놓고 볼 때 이 후보를 지지하는 팬덤 지지층은 적극 투표에 나선 반면,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당내 상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걸로 관측된다. 현재 추세대로만 흐르면 일반당원들의 당내 참여율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적극 정치 참여에 나서는 팬덤 지지층들의 입김은 더욱 세질 걸로 보인다.
‘양날의 검’ 팬덤정치, ‘잘 쓰면 득 못 쓰면 독’
노무현·문재인, 팬덤 힘입어 대통령 등극
팬덤정치 자체가 틀렸다거나 잘못된 건 결코 아니다. 팬덤정치는 한국정치를 성장시키고 이끌어온 동력이자 구심점이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변화와 혁신을 빠르게 이뤄냈다. 대표적으로 당내 지지세가 부족하던 노무현 대선 예비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중심에 정치인 팬덤인 ‘노사모’가 있었다. 또 문풍을 일으켜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이들도 팬덤인 ‘문팬’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팬덤정치는 ‘잘 활용하면 득, 엇나가면 독이 된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팬덤정치는 다분히 정치적인 획득 효과라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며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강한 조직장악력과 추진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팬덤세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던 경우뿐 아니라 정치를 하지 않았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어프렌티스’란 리얼리티쇼로 팬층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사례만 보더라도 팬덤정치의 위력은 막강하다”고 부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민주당이 대선·지선에서 모두 참패했고, 그 책임의 중심에 있던 이 후보가 빠르게 당권에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결국 팬덤의 힘이다.
이재명 책임론 나오자 자행된 집단 테러, ‘팬덤정치’ 폐해
윤영찬 “현 팬덤정치 문제 있어...지지 정치인 외 배척, 민주주의 위협”
다만 ‘우리가 아니면 틀리다’ ‘우리 편을 비판하면 적폐’라는 식의 극단적인 팬덤 반목 행태가 반복된다면 당을 살리는 긍정 효과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많은 이가 경고한다.
실제 올해 실시된 대선·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당 내부에서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이 후보의 팬덤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비판한 의원들에게 집단적인 문자 테러 등을 자행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 후보의 책임론을 두고 친명과 반명 사이 치열한 논쟁이 오갔으나. 집요한 팬덤 지지자들의 테러 시점을 기점으로 민주당 내 의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쓴소리 한마디에도 극단적인 팬덤 지지자들이 연일 항의 테러를 벌이자 표면적으로 이 후보에 대한 어떠한 비판마저 맘 편히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보이는 팬덤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합리적인 비판이나 문제 제기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은 아무런 결점이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인 것처럼 여기고 비판마저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과연 민주 정당의 모습인가 의문스럽다.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질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최고위원 후보서 사퇴한 윤영찬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답했다. 윤 의원은 본인을 팬덤정치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금 팬덤정치가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 외에는 어떤 비판적인 내용을 모두 배제하고, 비난하는 흐름으로 간다면 정치 자체를 극단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정치를 그야말로 전쟁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배제하는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팬덤정치의 행태는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자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