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분위기가 비민주적 흐름으로 이어지려 하자 바로 경고등이 켜졌다. 전직 당 대표가 당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국민의힘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기반 정당은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잦은 마찰을 빚었고, 이 또한 새로운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단 토론과 대화 없는 일방통행식 당 기류가 계속되면 국민은 결국 민주당을 외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열린 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절차적 논란이 일었던 ‘권리당원 전원투표제’와 ‘당직자 기소 시 직무정지’ 관련 당헌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일었던 안건들로 부결에 따라 가속화되던 친이재명 기류가 한 박자 멈췄다.
민주당 당무위는 25일 오후 회의를 열고 가장 크게 논란을 빚었던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제외한 개정안을 중앙위 투표에 부치는 걸로 다시 의결했다. 오늘 중앙위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관련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다.
지난 24일 중앙위 투표에 상정됐던 당헌 개정안들 모두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일었다. 당헌 80조 개정은 당대표 선출 가능성이 큰 이재명 후보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법이 아니냐는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권리당원 전원 투표제’는 팬덤 지지자의 압도적 지원 속에 충분한 논의 없이 당론이 좌지우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친명계 의원들이 앞다퉈 해당 안건의 상정과 처리를 조속히 촉구하자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한 비명계는 이를 더욱 극렬히 반대하면서 보이지 않는 당내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현직 민주당 의원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현 민주당 상황에서 다소 비민주적인 모습들이 보이곤 있지만 당내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졌거나 실종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절차적인 과정을 문제 삼고 정당성을 따지는 논쟁은 민주주의 기반 정당에서는 늘 있을 수 있는 일들로 새로운 당지도부 리더십이 더욱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당내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24일 중앙위 투표에서 당헌 80조 개정안과 권리당원 전체투표안이 모두 부결됐고, 당헌 80조 부분은 비대위 논의 결과 수정안으로 합의했다. 아직 당내 자정 능력은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당지도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당헌 개정안 변경을 추진했다기보다 실무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당지도부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중요한 당헌의 개정을 절차적 문제 지적받으면서까지 하려 했던 건 분명 잘못했다. 이번 사례를 통해 큰 교훈을 얻어야만 민주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의 가치를 이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당헌 개정 과정에서 당내 논란이 있었던 게 맞지만 심각하게 문제 삼을 만한 건 아니다”며 “원래 민주주의는 치고받고 싸우는 과정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결정이 늦고 혼란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가 성장해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평론가는 “당내 분란과 혼란을 수습하는 건 결국 당 리더십의 문제이고, 지금은 비대위 지도 체제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리더십 부재로 보인다. 결국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당내 의견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당의 정책 변경과 당헌 개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논의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일방적 의사결정이 아닌 당내 전체 합의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서만 당의 정책들이 바꾸어간다면 당장 어떤 효과를 볼지는 모르지만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그러한 조직은 퇴출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