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제출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판결을 내리면서 국민의힘은 당 대표는 당원권 정지, 비대위원장은 직무 정지 상태인 ‘지도부 공백기’를 맞게 됐다.
일단 비대위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이전 체제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의 복귀가 불가피한 상황 속에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러한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신평 변호사(전 한국헌법학회장)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두 세력이 모두 끌어내려져야 국민의힘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변호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힘당 지도부가 억지로 비상상황을 작출 해낸 것이 영 마땅치 않았다. 또 그 비상상황을 처리하는 주체로 떠오른 인물의 집단이 썩 좋은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고작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그친 비대위에 정당의 내부활동이라는 면책특권을 선뜻 부여해주기에는 주저되는 면이 없지 않았으리라”라며 재판부의 입장을 추론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아직은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다. 국힘당은 머리에 해머를 맞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이고, 대통령실도 묘방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국힘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이 곤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여기저기 모여 설왕설래한다. 애초에 이준석의 성상납과 관련된 7억투자각서에 그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하였을 때 이것을 ‘사고’가 아닌 ‘궐위’로 보아 절차를 진행하였더라면 좋았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헌정사에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지극히 혐오스럽고 치욕적인 범죄에 연루되어 우선 6개월의 당원권정지라는 징계처분을 받아 당대표를 떠난 일은 ‘궐위’로 볼 수도 있었다. 이렇게 했더라면, 법원이 한 정당의 핵심적인 사항에 개입할 명분을 아예 없앨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앞에서 말한 재판부의 태도에 관한 내 가상적인 추측과 아울러 한 가지 더 사태의 수습을 위하여 필요한 조언의 전제를 말하려고 한다”며 “국힘당은 그 뚜렷한 본류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소위 이 전 대표가 네이밍한 소위 ‘윤핵관’의 일부가 그 범주에 들어가는 토호세력이고, 둘째는 이 전 대표를 필두로 하는 일베세력이다. 사실 이 두 세력은 건전한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국힘당의 본류가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못난 덩어리이다. 윤석열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정계입문 후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했으나, 국힘당이 변하여 국민이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것은 결코 아니다. 국힘당은 약간의 변화는 있었어도 본모습은 그대로였다. 그러므로 차제에 가급적이면 이 두 세력을 전면에서 끌어내어, 국힘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의 품격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할 때다. 그래야 국힘당이 살아난다”고 제언했다.
신 변호사는 “주호영 의원은 재판부의 가처분인용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하나, 이는 자신과 국힘당을 다시 ‘정치의 사법화’라는 늪으로 함몰시키는 일이 아닐까 한다. 법원의 결정에 기대어 당의 진로를 완전히 맡겨버린다면 국민의 눈에는 국힘당이 더욱 왜소하고 나약하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비상상황이다.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국힘당의 비상상황이다. 이 점은 사법부의 구성원인 어느 판사도 모두 인정한다.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국힘당 당헌과 당규에 따라 이 상황을 수습하는 국면을 주체적으로 과감하게 타개해나갈 것을 조언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그리고 새롭게 탄생할 국힘당의 얼굴에 가급적이면 토호세력이나 일베세력을 넣지 말라. 이 위험한 상황을 오히려 절호의 기회로 삼아 당의 간판과 지배구조에 들어갈 분들을 참신한 인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면 지금 각료로 들어가 있는 국회의원 몇 분도 가용인적자원으로 삼아야 한다. 그들도 당인(黨人)으로서 당을 구할 책무를 진다”고 덧붙였다.
앞선 지난 26일 서울남부지법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제출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판결을 내리면서 국민의힘 주호영호(號)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출범 열흘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할 계획”이라며 곧바로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