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안정대책으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지만 30조원 규모로 조성된 ‘새출발기금’을 두고 금융권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등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자들인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소상공인의 재기를 기원하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소상공인들은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아니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새출발기금)’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 새출발기금이 소상공인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차주의 채권을 매입 후 채무 조정에 나서며, 매입 규모는 30조원으로 확정됐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으로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차주와 근시일 내에 장기 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부실 우려 차주다. 보유한 재산에 따라 총부채 대비 감면율은 0~80%가 될 예정이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부자 자영업자는 원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초수급자나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순부채의 90%까지 감면한다.
새출발기금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을 선택한 후 현재까지 기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사업자 대출로 감당이 안되서 가계대출까지 받았다”며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버텨온 소상공인이 새출발기금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길이 생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모 씨(50)는 “새출발기금은 사실상 폐업하거나 폐업을 피할 수 없는 상인들이 받는 수혜인데, 코로나19를 대출로 버텨낸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혜택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물가인상, 소비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신도림 인근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인근 상권서 가게를 접은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될 지언정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리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시기 손해보전은 바라지 않더라도 임대료 지원이나 세금 혜택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새출발기금 발표 직후 제기된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합리적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마련하고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부실차주에게 ‘신용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연체 30일 이전 차주의 경우 기존 약정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9% 초과 고금리분에 대해서만 9% 금리로 조정하는 등 기준을 강화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금리가 5-6%가 거론되던 것과 달리 이번에 조정된 9%대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며 “다만 채권 가격 형성 여부에 따라 금융업계가 부담하게 될 손실분량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우려차주라고 불리는 이들이 적용되는 9%대 금리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에선 평균금리에 해당한다”며 “이들은 저축은행 업계에선 정상 고객군들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부실 우려 차주로 포함되고 프로그램을 통해 원금 감면, 금리 조정을 요구하면 저축은행들은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