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치킨의 열풍 속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물량에 하루하루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역부족인 상황이다.
홈플러스 금천점 조리제안부서에서 일하는 12년차 신순자(55) 지회장은 지난 22일부터 병가를 내고 일주일에 3회에 걸쳐 치료를 받고 있다. 주사와 도수, 충격파 등 1회당 드는 비용은 17~18만원 정도다. 일주일에 치료 비용으로만 60만원이 나간다.
신 지회장은 당당치킨 출시 이후 급격히 늘어난 노동 강도에 기존에 앓고 있던 팔과 목디스크 통증이 더 심해졌다. 반차를 내고 병원을 찾은 22일 당일에도 12시에 끝나야 하는데 1시 반까지 초과 근무했다고 했다.
그가 발급받은 병원 진단서에는 “통증이 심한 상태로 일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3주 간의 치료를 요한다”고 의사 소견이 적혔다. 신 지회장은 사측에 직무상 보험을 요구했으나 타박상이나 골절이 아닌 이상 해당이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 지회장은 “당당치킨이 출시되자마자 말도 못할 정도로 많은 닭을 튀겼다. 하루에 30~40마리 정도 튀기던 것을 주말에 12마리짜리 23박스를 튀기기도 했다”며 “그렇게 한달 반을 일하다 보니 팔과 어깨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아파 현재는 병가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킨 뿐만이 아니다. 소스도 워낙 많은데 10kg짜리 20박스 넘게 혼자 옮기고 나서 병이 났다. 그래도 참고 또 참았다”면서 “처음에는 1~2주 정도 하고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달이 넘어간다. 이렇게는 도저히 일할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30일 출시된 당당치킨은 이달 21일 기준 총 46만 마리가 판매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평균 30~40마리 튀기던 닭은 당당치킨 돌풍으로 인해 150마리 가량으로 늘었다. 하지만 매장당 5~8명의 조리 노동자 수는 그대로다. 이로 인해 점심시간은 반토막이 나고 조기출근과 연장근무가 일상이 되고 휴무일조차 불려 나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 지회장은 “원래 12시 반~1시에 점심을 먹는데 당당치킨 이후 그렇게 한 일이 없다"며 “밥을 안 먹으면 30분도 못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18㎏짜리 기름통 10박스를 물류창고에서 조리매장 냉장고까지 혼자 옮기기도 했다. 이게 보통 무게가 아니다. 주말에는 7시 출근 5시 퇴근인데, 퇴근 시간에 맞춰 일이 배분된다”면서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이 보통 3명이면 화장실은 물론 물 한 모금도 마시기 힘들다. 매장 내 뜨거운 열기에 기름 냄새까지 올라와 입맛도 없어졌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당치킨의 돌풍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가 뒤따르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은 31일 오전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당치킨 대박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결과물”이라며 인력을 즉시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사측이 부랴부랴 적정 생산량을 조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예전 생산량의 3~4배에 달한다”며 “조리 노동자수는 그대로인 상황이라 별반 나아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의 유사상품들인 당당양념치킨, 당당콘메오치킨, 당당매콤새우치킨 등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당당치킨의 생산량 조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오랜만에 들려온 홈플러스 매출 대박 소식에 노동자들도 반갑고 좋았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일궈 놓은 홈플러스가 계속 발전하고 커지길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투자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이 상태로 고강도 노동, 노동 착취에 내몰린다면 노조는 결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