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때아닌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가 예대금리차 공시 등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압박 영향으로 당분간 은행들의 눈치보기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약정건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85%p 인하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상품 중 변동금리(6개월 변동) 상품은 0.85%p, 혼합금리(5년 고정 후 변동)은 0.25%p 낮춘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가 취급하는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3.20% 수준으로 낮아진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대출 금리 인하를 두고 금리인상기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인상기에 고객분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일부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에 적용한 0.2%p 우대금리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적용대상은 5년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우리아파트론·우리부동산론) △우리WON주택대출을 신규로 받는 대출자와 신규 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으로 △우리전세론(주택보증·서울보증·전세금안심)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우리부동산론)을 새로 대출받은 이들이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50%p 인하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를 0.20%p 낮췄다. 농협은행도 26일부터 ‘NH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에 최대 0.50%p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 이례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정부의 압박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금리인상으로부터 취약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묻는 질의에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변경하는 조치도 하고 금리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며 “예대마진을 신용도에 따라 공개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서 예대마진 자체를 낮추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실제 정보 공개와 경쟁 촉진을 통해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대마진 공시는 물론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공시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2일 협회 홈페이지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한데 이어 30일에는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공시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압박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분간 정부와 여론 눈치보기가 불가피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예대금리차 공시는 차주의 신용등급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라며 “고신용자를 많이 취급한 은행만 유리한 구조”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여론과 정부의 압박이 부담스러운 만큼 당분간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낮추는 조치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