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론스타가 진행한 국제분쟁 일명 ‘론스타 사태’가 10년만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국제기구 론스타가 한국정부에게 요구한 금액 약 6조1000억원 중 약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죠.
이번 사태는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벨기에 국적의 회사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인수한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면서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었고, 오히려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당시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 등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기에 정당하게 매각 심사 기간을 연기했다고 반박했죠. 이후 론스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 신청을 합니다.
ISDS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1962년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처음 제안했고, 1966년 세계은행(WB) 산하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전문으로 담당하는 것이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제도(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 ISDS)입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에서 부당한 대우, 급격한 정책 변화 등을 이유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제 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합니다. ICSID에서 총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에서 다수결로 판정을 내리죠.
ISDS가 생소해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한국이 엮인 ISDS는 10건이나 됩니다. 이 중 이번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4건은 종료됐고, 6건은 현재 진행 중이죠. 해외와의 무역이 중요한 한국인 만큼 이와 엮여있는 사건사고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엘리엇 사태죠.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고 주장하면서 지난 2018년 7월 약 7억7000만달러(약 1조329원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지금도 사건은 진행 중입니다.
또한 가장 최근에 판결이 난 사건은 이란의 다야니 가문과 엮인 사건이 있습니다. ICSID는 2018년 6월 다야니 가문이 청구한 계약보증금과 이자 등 935억원 중 약 730억원을 우리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정부는 판정 취소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2019년 12월 기존 판정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후 정부는 우리은행을 통해 올해 4월 730억원 중 614억원을 다야니 가문에 지급했습니다.
ISDS는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세계은행 산하에 있어 미국이나 유럽 강대국의 영향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죠. 또한 국내에서 진행되는 법정 재판이 ‘3심제’인 것과 달리 ISDS는 가 아닌 ‘단심제’로 단 한번의 판정이 확정력을 갖기 때문에 공정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DS가 한국에 손해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의 기업들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중국, 베트남, 키르키즈스탄 등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의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하기도 했죠.
현재 ISDS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는 항소 절차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판정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면 중재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으며, 국가도 투자자에 반대 청구가 가능하다면 투자자의 무분별한 청구를 막고 국내 법령 준수를 유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