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하부터 원금 탕감까지 금리 인상 리스크를 떠안은 은행들이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은행이 금융 취약계층의 리스크 분담에 나선 만큼 규제 개혁에도 속도를 내달라는 목소리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조속히 핀테크 기업 인수 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금리인상기에 이례적으로 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우리은행이 주택담보․전세대출 우대금리 0.2%p를 연말까지 연장했고,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85%p 내렸다. 여기 앞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도 금리를 내리거나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은행들이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고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이자 장사 비판과 함께 정치권과 당국의 압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구조를 공개하는 법안을 연달아 발의하고, 당국이 예대차금리 공시를 도입하면서 자의반 타의반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에 내린 대출 금리를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진행된 대출 원금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취약 차주의 채무조정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금리인상기 국민의 이자 증가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수익성 하락을 알면서도 대출금리 인하 및 부채탕감 등에 발 맞춰 나가고 있다”며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은행들은 정치권과 당국이 규제 개혁에 좀 더 신경 써 줄 것을 촉구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에 위기감을 느낀 은행들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은행법상 은행과 보험사는 다른 회사 지분을 15% 넘게 보유할 수 없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히 분리하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금융업에 진출이 가능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당국 역시 최근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지난 7월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비금융 정보 활용 등 전방위적 규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은행이 국민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은행에도 살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은행의 핀테크 기업 투자가 제한되는 현 상황에서는 은행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산분리를 완전히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핀테크 투자 제한 만이라도 조속히 완화돼야 한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규제개혁에도 좀 더 신경 써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