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먹거리물가는 여전히 상승하면서 약 13년4개월만에 최고 상승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전년동기 대비 5.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낮아진 뒤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를 각각 기록했으며, 7월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7월부터 국제유가 급등세가 누그러진 것이 반영되면서 8월 소비자물가 증가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석유류의 증가율은 8월 10%대에 머무르는데 그쳤다.
이처럼 소비자물가 전체는 둔화됐다고 하지만 ‘먹거리물가’ 만큼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서비스 부문을 각 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을 말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0년 가중치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지난달 먹거리 물가 지수는 113.57을 기록하고 있다.
종류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은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음식서비스의 상승률은 8.8%로 지난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치다.
품목별로 보면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와 폭염의 영향으로 채소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의 가격이 올랐으며, 음식서비스에서는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 속 전문가들은 아직 소비자물가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 추이, 기상 여건 등 공급 측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추세의 뚜렷한 둔화 없이는 물가 상승 폭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최근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9월부터 경유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휘발유 가격은 소폭 반등한 만큼 10월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가 정점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사 물가가 7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5~6%대 상승 폭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하반기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부담과 함께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