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고도화된 보이스피싱 수법은 소상공인의 채무 정보와 전화 가로채기 기술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자체 파악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달했다.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만 64세, 여성)는 8월 말 소상공인 협회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 내용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따라 이달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대출을 1%대 기업은행 대출로 전환해 주는 사업 소개였다. 평소 협회로부터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원 내용을 받아보던 A씨는 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에 문자의 연락처로 대출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에 나선 A씨는 기업은행 본점의 ‘신00’ 대리라는 사람과 통화에 들어갔다. 소상공인 대출을 담당한다고 소개한 ‘신00’ 대리는 A씨 사업체 사업자등록번호와 타은행(농협은행)대출 현황을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A씨가 1%대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시간에 은행 방문이 어려운 소상공인의 특성을 고려해 일단 대출 신청자에 이름만 올려놓고 대출 여부가 확정되면 추후 전국의 아무 기업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00 대리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등록번호 확인절차 외에는 일체의 개인정보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아 A씨의 의심을 지웠다.
A씨는 이후 몇일간 대출 여부가 확정되기를 기다렸지만 기업은행에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 했다. 이에 다시 ‘신00’ 대리에게 연락해 본 결과 기존 농협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한 약정서가 대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농협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막고 있으며, 기존에 작성한 대출 약정서에 A씨가 이에 동의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1%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농협은행의 대출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농협은행 대표번호로 전화해 담당자를 찾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라고 덧붙였다.
A씨는 1661로 시작하는 농협은행 대표번호로 연락했고, 담당자를 찾아 통화에 들어갔다. 농협은행 담당 직원이라는 이는 약정서에 따라 시스템상 추가 대출이 막혀있으며, 이번 정책자금을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대출 가운데 4500만원을 먼저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4500만원을 먼저 상환하면 추가 대출 제한을 풀겠다는 것.
4500만원이 부족했던 A씨는 지인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빌린 돈으로 농협은행 대출을 일부 상환하고 1%대 대출을 받아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으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였다.
A씨의 요청을 받은 지인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이에 기업은행 대표번호로 전화해 사정을 설명하고 신00 직원이 실제 재직 중인 직원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에서는 직원의 재직 유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대답 뿐 이었다. 결국 은행 본점과 통화에도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던 지인은 별도의 금전요구가 없고 빌려준 돈으로 농협은행 대출을 상환한다는 이야기에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은 A씨가 4500만원을 농협은행 영등포지점 계좌라는 곳에 입금하기 직전에 드러났다.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지인이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이후 모든 대출처리 절차를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처리할 것을 요구한 영향이다. 지인에게 빌려 받은 돈을 가지고 농협은행 영업점에 방문한 A씨는 그동안 통화한 기업은행, 농협은행 대표번호의 담당자들이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 받은 협회의 문자 역시 협회의 이름을 사칭한 가짜 문자였다.
A씨는 2번, 3번 확인했지만 영업점을 방문하기 전까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말한다. A씨는 “처음 협회로부터 안내문자가 오고, 은행 대표번호를 통해 통화한 사람들이 자신의 대출 내역을 모두 알고 있어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수 없었다”며 “실제 대출 서류 접수는 영업점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코로나로 상인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이용해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사칭과 함께 악성앱을 이용한 전화 가로채기 수법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피해자들의 전화를 악성앱으로 가로채는 수법이 많다”며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받고 확인을 할 때는 전화나 문자를 받은 전화 외에 다른 전화로 은행 등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전화·문자를 통한 개인정보 제공 및 자금 이체 요청은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는 전화‧문자를 통한 대출 안내, 개인정보 제공, 자금 요구, 뱅킹앱 설치 등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며 “대출을 빙자한 개인정보 요구, 기존대출 상환 및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자금이체 또는 현금전달을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를 받은 경우 즉시 전화를 끊고 문자를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