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농작물 값이 급등하면서 명절 상차림에 대한 비용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외식 물가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10㎏에 3만8800원으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54.0%나 올랐다. 한달 전 1만9855원과 비교하면 2만원 가까이 뛰었다.
무 도매가격은 20㎏당 4만400원으로 지난달 말 2만7740원보다 45.6% 상승했다. 한달 전 2만3890원과 비교하면 70%(69.1%)나 비싸졌다. 시금치는 4㎏에 7만2360원으로, 한달 전 4만1765원에서 73.3% 급등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오름 폭이 두 배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올해 차례상 비용 부담 역시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평균 31만7142원으로 지난해 29만7804원보다 6.5% 상승했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이 27만1932원, 대형 유통업체가 36만2352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만7636원(6.9%), 2만1040원(6.2%) 올랐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평균 25%(9만1749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는 추세를 반영한 간소화 차례상(18개 품목)의 경우 전통시장 11만1299원, 대형유통업체 13만9611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고물가로 인해 72%가 올 추석 음식 준비를 간소화할 것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인크루트는 자사 회원 1030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 음식 준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음식 준비를 간소화하겠다는 응답이 54.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밖에 △예년처럼 할 것(28.4%) △아예 하지 않을 것(17.4%)이었다. 명절 음식을 최소화하는 이유로 고물가 영향이란 응답이 85.8%였다.
세부 준비 계획으로는 △재료를 구매해 직접 다 만들 것(28.4%) △직접 만듦과 외부 구매 반반으로 준비할 것(56.4%) △전부 외부 구매할 것(10.1%)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80.4%)은 추석 선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예년보다 경제적 부담이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선물에 대해선 △매우 더 부담(29.8%) △약간 더 부담(50.6%) △보통일 것(18.6%) △약간 덜 부담(0.8%) △아예 부담 안 됨(0.2%) 등이었다. 추석 선물 준비로 예상되는 지출액은 1인당 평균 43만 원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간편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며 추석 차례상도 간편하게 준비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실제 매년 명절마다 간편식 매출이 신장하고 있으며, 간소한 차례상을 준비할 수 있도록 간편식 물량을 늘리고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성수품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가격 오름세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먹거리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해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등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4% 상승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자장면·설렁탕 등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8% 뛰었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환율 등 변수도 여전해 9~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더라도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