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 은행권에서 접수 열기가 당초 기대보다 조용한 분위기다. 연말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8%대 진입 우려에도 신청이 저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주택가격 제한을 흥행 몰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과 주택금융공사는 15일부터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았다. 신청 접수 첫 날에는 시세 3억원 이하 1주택자 가운데 부부의 연 소득이 7000만원을 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접수를 진행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첫 정책금융 상품으로 접수 전부터 많은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금리 상승기 늘어나는 대출 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주금공의 안심전환대출 사전안내 사이트가 지난달 17일 개설된 이후 하루 평균 약 1만8000명이 사이트를 방문했고, 이달 초 5일 기준으로 총 방문자가 약 34만 7000명을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말 8%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높은 관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와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준이 울트라 스텝에 나설 경우 한국은행도 한․미금리차 축소를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접수 전 기대와 달리 첫 날 은행권과 주금공 등 접수처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청자가 많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 은행 점포에서는 신청자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지방 점포에서 간간히 상담이나 신청을 원하는 이들이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면 신청이 변수로 남아있지만 이 마저도 대체로 ‘많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2019년 신청을 받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영업점이나 온라인 양쪽 모두 많은 신청자가 몰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주금공 관계자 역시 “서버 등이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과부하가 걸리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와 주금공은 일별 신청 실적 또한 공개하지 않았다. 주금공은 주단위 실적 공개에 나설 방침이며, 금융위는 실적 공개 요구에 익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2019년과 같이 흥행 돌풍에 성공하지 못 한 원인은 자격 제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청자가 보유한 주택을 3억원 이하로 제한하면서 실질적으로 신청에 나설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단적으로 서울에서 3억원 이하 주택을 찾기 어려워 서울 주택 보유자 대부분은 신청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가격 제한이 낮아 상담을 왔다가 신청자격이 없어 그냥 돌아가시는 고객들이 있다”며 “서울 보다는 그나마 지방에서 신청 접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당장 이용하는 대출 보다 금리가 올라가 신청이 저조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신청 접수가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신청을 받고 있는 만큼 한 주가 지나봐야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주금공 관계자는 “아직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요일별로 신청자를 구분해 접수를 받고 있는 만큼 한 주는 지나야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