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6일 총파업을 실시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영업점은 조합원들의 저조한 파업 참여율에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영업점은 직원들의 이탈로 정상 업무가 불가능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16일 오전 광화문 일대 은행의 영업점들을 둘러봤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산업은행 종로지점. 약 1만명 규모의 조합원이 모여 집회를 벌이고 있는 광화문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종로지점은 입구부터 총파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 유리문에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은행이 잠시 멈춥니다”라는 내용의 ‘총파업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영업점 내부에는 넓은 면적과 달리 입구에 안내 역할의 직원 한 명과 창구 뒤편에 두 명의 여직원만 볼 수 있었다. 직원 역시 “오늘은 파업으로 정상영업이 어렵다”며 다음에 다시 찾아올 것을 종용했다.
산업은행 서소문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입구의 총파업 안내문을 지나쳐 들어간 영업점 내부는 곳곳에 직원들의 빈자리가 보였고, 해당 지점의 직원은 “오늘은 단순한 입출금 업무만 가능하며, 상담 업무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역시 총파업의 영향으로 이날 정상영업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은 시장 입구에 위치한 특성상 입출금을 위해 방문한 노년의 시장 상인분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업점의 반 이상 불이 꺼진 상태였고, 구석의 창구 2개에서만 고객들을 받고 있었다. 가능 업무도 입출금으로 제한됐다. 대출 상담을 원한다는 말에 해당 지점의 직원은 다음에 방문할 것을 권유했다.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국책은행과 달리 이날 모두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국민은행 서소문점, 하나은행 서소문점·상공회의소지점, 농협은행 태평로지점, 신한은행 소공동지점, 우리은행 종로구청점·남대문시장지점은 업무를 보기위해 찾아온 고객과 이를 상대하는 직원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국책은행과 비슷한 성격의 금융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 또한 정상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신용보증기금 남대문지점에는 한 명의 직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점심시간 식사를 위해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며, 점심시간 이후 보증 상담 등 정상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직원의 답변이 있었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파업 차이는 금융감독원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금감원의 통계에 따르면 이날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 수는 약 9807명, 파업 참여율은 9.4% 수준이다. 특히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 수준에 불과했다.
파업 참여율 차이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국책은행들 직원들의 반발이 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책은행의 우량 여신을 시중은행으로 이전하는 문제 등이 국책은행 직원들의 감정을 자극한 결과로 보인다.
한편 국책은행의 영업점이 이날 정상운영되지 못 한 피해는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모두 돌아갔다. 영업점을 주로 이용하는 노년층 소상공인의 불편으로 전가되는 꼴이다. 이날 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을 찾아왔다가 돌아간 한 소상공인은 “상인들은 잠깐 틈을 내서 은행을 방문하는 데 은행 문을 닫아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