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린 불법 ‘대리입금’ 급증…“당국 무책임”

청소년 노린 불법 ‘대리입금’ 급증…“당국 무책임”

기사승인 2022-09-19 10:17:39
쿠키뉴스DB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 대리입금 광고가 2년 8개월만에 2.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리입금은 업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이용해 청소년에게 10만원 안팎의 소액을 단기간(2∼7일)에 초고금리로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연이자 환산 시 금리가 1000%에 이르고, 협박 전화 등도 빈번한 불법 사금융이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대리입금 광고 수집을 시작한 2019년 수집된 광고가 1211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8월 말 현재 3082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입금 광고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금융감독원의 사전 실태조사, 예방 및 교육활동은 물론 예산을 집행한 실적 또한 2020년 이후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수집한 불법 대리입금 광고 수집 건수는 2019년 1211건에서 2020년 2576건으로 112.7% 급증하였고, 2021년에는 2862건(전년비 11.1% 증가), 올해 8월까지 3082건(전년대비 7.6% 증가) 수집되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집된 불법 대리입금 광고건수에 비해 실제 피해 신고로 이어진 건수는 2019년 1건, 2020년 4건, 2021년 1건이었으며 올해는 아직까지 신고건수가 없어 저조한 극히 저조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대리입금의 경우 소액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상 피해신고 건수가 많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어 신고건수가 적다고 피해건수 또한 적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대리입금 피해 사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지난해 7월 경기도 특사단과 경기남·북부경찰청은 청소년 대상 고금리 불법 대리입금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고, 서울시도 민생사법경찰단을 통해 2022년 1월부터 100일간 집중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또한, 작년 9월 경기도가 경기도 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불법대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대리입금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심각성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불법 대리입금을 단속, 예방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은 2020년 한해 반짝 활동하고 2021년부터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생활지도 활동을 4차례와 교육동영상 1건 제공 이외에는 작년과 올해 이렇다 할 활동이나 홍보를 전개한 바 없었다. 특히, 불법 대리입금 예방을 위한 예산을 매년 수립하고도 실제 집행은 전무 하다시피 해 당초부터 예방활동에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대리입금 예방예산으로 2019년 2억2600만원을 책정한 이후 올해까지 해마다 2억2400만원에서 2억6400만원 가량을 책정해왔다. 그러나 실제 예산 집행은 2020년 교육동영상 제작비 1650만원을 사용했을 뿐 그 외 예산 집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숙 의원은 “5000%로 넘는 고금리 이자로 청소년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불법 대리입금 문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언론과 정부 눈치에 따라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금융지식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청소년들 보호를 위한 특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대리입금은 대부분 1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친구·지인 등을 가장하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실태조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며 기본 실태조사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양 의원은 “금융감독원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자세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며, “문제가 발생하면 땜질식 대책만으로 위기상황만 모면하려는 ‘꼼수감독원’이 돼가고 있다. 도대체 2020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불법금융행위 자동 적출 시스템’은 언제 가동할 것이냐”며 꼬집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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