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금리인상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재연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만기연장 3년·상환유예 1년 이라는 구체적인 재연장 기간까지 거론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연장됐으며 이달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해당 조치로 현재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1월 말 기준 만기연장 116조6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 이자상환유예 5조원 등 총 133조3000억원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여야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다시 한 번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연장이 필요하다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요구가 끊이지 않은 결과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받은 중소기업 88.7%가 도움이 됐다고 밝혔으며 '추가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0.3%에 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불러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줄이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주요 지표와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특히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중소기업·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도 금융당국이 금융권과 적극 협의해 상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여당도 재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피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18일 “국민 금융 부담을 최소화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온전한 정상화 준비를 위한 연착륙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난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가 해제됐지만 아직 정상영업 회복 기간이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상기후 현상 등 국제 환경변화 등으로 인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3고(高)의 복합위기로 민생이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7월부터 ‘만기 연장 상환유예 연착륙 협의체’를 구성한 만큼 차주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충분한 정상화 기회와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차주 선택권을 폭넓게 제공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역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재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금융당국을 찾아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와 관련해 추가 연장을 요구했다.
김태년 민생경제대책위 위원장은 “오는 30일부터는 그간 유예돼 왔던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한다”며 “이번에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그간 코로나로 인해 최일선에서 피해를 감수해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또 부당한 고통을 받을 수 있어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오는 20일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데,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안 할 수 없게 되고,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더 크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정치권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연착륙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자영업자 등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고 최근 금융위, 중기부, 금감원, 금융권이 만기연장·상환유예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대통령 당부도 있었던 만큼,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현장 목소리와 여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연착륙을 유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재연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보면서 여신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자 납입 상태를 기준으로 부실을 판단하는 은행의 현재 여신관리 방식에서 이자 납입 유예로 사실상 여신관리가 멈춰선 상태라는 설명이다. 여신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출이 향후 한번에 부실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코로나 피해 대출의 경우 여신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언제까지 계속 끌고 갈수는 없다. 이제 출구전략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금 상환이 어렵다면 이자부터 조금씩 납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코로나19 피해 대출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1년, 만기연장은 3년 더 연장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기간 동안 차주에게 상환과 채무조정의 선택권을 줘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덜고 금융권의 부실 리스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금융당국은 재연장 결정과는 별도로 연장 종료에 대비해 민생안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경쟁력 강화 지원(41.2조원) △저금리 대환(8.5조원) △새출발기금(30조원), 주거부담 경감을 위해 △안심전환대출(45조원) △저금리 전세대출 보증한도 확대, 서민·저신용층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정책서민금융 공급(10조원) △저신용 청년 특례채무조정 등 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