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완전 민영화라는 숙원을 달성한 우리금융그룹의 다음 목표는 ‘비은행’ 강화다. 이는 올해 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경영전략 발표에서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어떤 금융업체를 인수합병(M&A)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선을 시작으로 그간 비어있던 ‘보험’ 부문을 확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유력하다고 지목되는 부분은 ‘증권사’다. IB(투자금융)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업체로는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SK증권 등이 있다. 다만 SK증권은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만기연장을 했기에 당장 M&A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적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카드 지분을 1조3810억원에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 이후 약 4년간 롯데카드를 운영해왔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롯데카드 지분 20% 확보했었고, 공개입찰 전 롯데카드 인수를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서다.
이같은 우리금융의 결정은 ‘우선순위’가 카드사보다 다른 곳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은 이미 우리카드라는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카드 부문 강화보다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금융사를 확충함으로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늘리려는 것.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수익과 성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실제로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재출범한 첫해에는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옛 ABL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했으며, 2020년에는 우리금융캐피탈(아주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실탄도 넉넉하다. 우리금융지주 이중레버리지비율(올해 1분기 말 기준)은 98.7%로, 당국 규제 비율인 130%까지 약 30%의 여력이 남아 있다. 이를 환산하면 자회사 출자 여력은 약 7조원 규모다.
금융업권에선 우리금융의 다음 타킷이 증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보험사도 없지만,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우리금융이 가지고 있는 우리종합금융과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4개 업체가 가능성 있는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먼저 교보증권의 경우 꾸준히 매각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20년 교보생명은 2000억원 증자에 참여, 보유 지분을 73%로 늘리면서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교보증권이 매각설이 꾸준히 나도는 이유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재무적 투자자) 어피너티컨소시엄와의 풋옵션 분쟁 때문이다.
만약 신 회장이 어피너티와의 소송에서 패배할 경우 보유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교보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어피너티 컨소시엄 참여자인 PEF(IMM PE)는 우리금융의 지분 5.62%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금융과의 접점도 존재한다. 다만 FI(재무적 투자자) 풋옵션 분쟁에서 교보생명이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 상황이다.
이어 SK증권은 J&W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데, 기존 ‘SK브랜드’ 상표권은 2023년 12월 만료된다. 이후 기존 SK그룹과의 브랜드 사용권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만 IB업계에 따르면 J&W파트너스는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펀드 만기를 5년 추가로 연장한 것으로 알려진데다가, 지난 6월 SK증권이 우리금융지주로의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는 해명공시까지 내면서 매각 여부가 불투명하다.
G&A사모펀드가 61.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가능성 높은 매물로 꼽힌다. G&A사모펀드의 지분 98%을 보유하고 있는 LS네트웍스는 꾸준히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해온 바 있기 때문.
다만 LS네트웍스가 G&A사모펀드(지앤에이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지분을 인수해 직접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란 증권가의 소식이 들려온 바 있다. 하지만 LS네트웍스의 재무여력을 볼 때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직접 인수하기에는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LS네트웍스의 유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50.10% 수준으로 자본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오히려 피인수 기업으로 거론되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시가총액, 자산, 자기자본 모두 LS네트웍스를 앞선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12억원으로 LS네트웍스(58억원) 보다 9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산업자본이 증권사를 인수하는 목적은 채권발행이다. 자회사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하진 못하지만 거래 관계에 있는 곳과 교차 발행하는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점에서는 LS네트웍스가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입장에서는 LS네트웍스 보다는 대형 증권사나 금융지주사가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현 대표인 김원규 사장은 이전 우리투자증권의 대표로 있었던 만큼 우리금융과의 ‘연결고리’도 존재하는 특징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증권업계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매물이 나온다면 지난해보다 크게 저평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금융에게 있어서 비은행계열사 중 증권사를 편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