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과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예고를 했다. 다만 빅스텝(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것)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미 연준(Fed)가 추가로 진행된 자이언트 스탭(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것) 이후의 국내 여파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먼저 이 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대외채권 규모가 대외채무를 상당폭 상회하는 순채권국인 데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규모를 고려할 때 유사 시 대응능력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한은은 대외건전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시장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며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심화되어 달러·원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되는 경우,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관해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물가안정에 대한 대응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6월과 7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0.75%p 인상했으며 최종 정책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도 4% 수준에서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였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강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여건의 전개양상에 따라 국내 성장, 금융, 부동산,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대외부문 건전성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26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20원 넘게 급등하면서 143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17(1436.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상승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위안화·엔화 약세의 영향에, 지난주 FOMC회의 결과의 충격이 더해지면서 1400원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이는 대외요인에 주로 영향받은 것”이라며 “과거 위기시와 달리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의 대외부문 건전성 문제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기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 추가적인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는 “부가 추진하는 여러 외환시장 안정 방안은 통화 스와프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하고 있다”며 “한은으로서는 통화스와프의 대상이 미 연준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진행된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이번 연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달러가 너무 강세를 나타내면 전세계적으로 올 충격에 대해 어떻게 공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책 공조 단계는 아니지만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를 통해서 여러 중앙은행 총재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도 연준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다른 어느 중앙은행 총재들보다도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