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관련 영상에 왜곡된 자막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고발당했다. MBC는 “부당한 언론 탄압”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26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발언 관련 허위 방송한 MBC의 박성제 사장, 편집자, 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MBC뉴스’에 비속어 논란 동영상에 달린 자막을 문제삼았다. MBC는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떠날 때 주변 참모진에게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일반적으로 미국 입법부는 ‘의회’라고 부르지 ‘국회’라 부르지 않는다”며 MBC 측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익을 위해 순방 중이던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고 특정 자막을 넣어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의 고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며,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민주당과 MBC 간 ‘정언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MBC 최초 보도 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을 먼저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다. 아울러 조만간 박 원내대표도 고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MBC는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MBC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MBC를 향해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MBC는 “이 영상은 영상 취재기자가 촬영 후 바로 각 방송사로 보냈고, 대통령실 기자들과 공유한 시각이 22일 오전 8시 이전”이라며 “오전 8시를 전후해 국내 정치부 기자들의 단톡방에도 이른바 ‘받’의 형태로 급속히 퍼졌다. 국회 기자들에게 퍼진 내용을 정치인들이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 내용이 급속히 퍼지고 기자들이 맥락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오전 9시쯤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비보도 요청을 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는 대통령실의 엠바고(보도유예)가 해제된 22일 오전 9시40분 이후인 당일 오전 10시7분쯤에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다른 언론사들도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영상 취재기자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MBC는 “개인적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의 일원으로 촬영하고 바로 전체 방송사에 공유된 것”이라며 “해당 보도를 한 기자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까지 가해지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표 찍기’를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실 보도를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