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 패턴이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분화되고 있다. 편의점에선 프리미엄 도시락 구매가 늘고 있는 반면 가성비에 최적화된 대용량 생필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28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1∼9월 판매된 도시락 매출 중 4000원 미만은 8.5%로 지난해 같은 기간(12.5%)보다 4.0%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 5000원 이상 프리미엄 도시락 매출 비중은 지난해 11.8%에서 올해 26.1%로 14.3%p 증가했다. 4명 중 1명은 프리미엄 도시락을 구매한 셈이다.
CU 관계자는 “물가 인상의 영향으로 저렴한 도시락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한 끼 식사를 위해 1만원 내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외식과 비교해도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CU는 이같은 추세를 고려해 프리미엄 간편식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달 6일부터 고급 돈육인 듀록 품종을 활용한 도시락과 주먹밥, 줄김밥, 샌드위치 4종을 출시한다.
황지선 BGF리테일 간편식품팀장은 “이달에도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26.3% 늘어났을 정도로 고객 수요가 높은 만큼 선택 폭을 넓히는 다양한 가격대의 간편식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한편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도 계속되고 있다. 생필품 단가가 오르고 경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대용량 생필품 수요가 높은 것이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5일까지 한 달간 주요 대용량 생필품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유통 기한이 길어 장시간 보관이 용이한 상품의 증가세가 돋보였다. 대용량 치약 거래액은 378% 늘었고, 비누(69%)와 세제(78%), 휴지(63%) 등 대표적인 위생 및 생활용품을 많이 찾았다. 기호 식품 중에서는 대용량 커피가 215%, 대용량 과자가 31% 증가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생필품 가격 인상에 더해 2030을 중심으로 과시형 소비 대신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 등 절약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대용량 가성비 상품 구매로 이어진 것”이라며 “고물가, 경기 불황 등으로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는 하반기에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에 가성비를 강조한 마케팅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반값’ 탕수육과 깐쇼새우에 이어 9000원대 양장피를 선보이며 물가 대응에 나섰다. 매장에서 직접 고추잡채를 조리해 양은 늘리고 원가는 절감했다.
또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샌드위치’ 2종을 할인 판매한다. 건강한 한끼 식사에 대한 고객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올해 샌드위치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했다.
박윤지 롯데마트 델리 MD는 “외식 물가 안정과 더불어 ‘헬시플레저’와 같은 트렌디한 고객 취향도 만족시키고자 가성비 상품에 대한 범위를 확대했다”며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여 선택의 폭은 넓히고 외식비 부담은 줄이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오는 29일부터 현재 배추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절임배추 예약 판매도 진행한다. 고물가 현상에 배추 가격 급등이 예상돼 지난해보다 1개월 가량 앞서 사전 예약을 기획했다. ‘해남 향토 절임배추(20㎏)’, ‘산지뚝심 영월 절임배추(20㎏)’ 등 절임배추를 각 3만 9900원, 4만 5900원에 판매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