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급여’로 매년 대학생 취업 선호도 1위 공기업을 차지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매년 자신들이 설립한 재단들을 통해 특혜성 기부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사 퇴직자들을 재단에 재취업시키는 사례도 잦았다.
국토위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자체 설립한 재단에 지출한 기부금 내역 및 인국공 퇴직자의 재단 재취업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20억원 이상 규모 기부금을 재단을 통해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 ‘인천하늘고’에 지출해왔다.
지난 2011년 인천하늘고 설립 당시 46억원을 지출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최소 20억원 이상씩 ‘학교 운영비 후원’ 명목으로 기부금을 전달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27억원을 기부금으로 책정해 자사고 운영비로 썼다. 지난 10년간 지출한 기부금을 합산하면 257억원에 달한다.
인국공은 매년 높은 순이익을 내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재단을 설립해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것까지도 국민적인 동의가 가능하나 특혜성이 두드러진다는 게 문제다.
특히 공항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인천공항 종사자 자녀들로만 지원을 제한한 ‘하늘인재전형’을 두고 있는데 사실상 인국공 임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특혜다. 하늘인재전형에는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는 운항승무원 또는 객실승무원 자녀는 지원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인국공 임직원의 자녀들로만 채워지고 있다.
자사고는 좋은 대학 진학률로 인해 인기가 높아 매년 입시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은 제한된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거쳐 입학할 수 있다. 공기업이 자사 임직원의 자녀 입시 문제까지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재학생 중 상당수는 인천국제공항 임직원 자녀들이다.
실제 2023년도 인천하늘고 입학전형 요강 자료에도 정원 225명 중 85명은 ‘하늘인재전형’을 통해 선발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공항 인근지역 거주 지역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지역인재전형도 40명으로 이 두 전형 모집인원을 합치면 정원의 절반 이상이다.
인국공의 이러한 행보는 공익적 성격을 띠는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교육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장형 공기업이긴 하나 인국공은 여느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공공성을 지녀야 할 공기업이 사회를 위해 기부하거나 좋은 기관을 설립해 공익적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기부 등 여러 공익적 활동들이 자신들에 대한 이익을 향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특히 공기업의 주인은 임직원이 아닌 국민이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고, 인국공에게는 국민이 하늘길에 대한 독점권을 준 것일 뿐 그들의 특혜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며 “각종 활동에서 특혜성이 드러난다면 반드시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국공이 돈을 들여 설립한 재단들이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퇴직자의 재취업 장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인국공 기부금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하늘교육재단의 이사진 중 절반 이상은 국토부 출신 인사거나 인천국제공항공사 전·현직 임원들이다. 또 지난 2018년 인국공에서 퇴임한 한 본부장급 인사는 퇴직 후 불과 10여일 만에 하늘교육재단 사무처장에 재취업되기도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에 “특혜를 공익적 활동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공기업이 자사 이익만을 지나치게 좇다가 본분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