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배다빈 “나아지고, 나아가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현재’ 배다빈 “나아지고, 나아가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9-30 06:00:02
배우 배다빈.   사진=박효상 기자

스물아홉에 시작해 서른에 마친 드라마. 배우 배다빈에게 KBS2 ‘현재는 아름다워’는 마침표이자 시작점이다. 첫 주연작인 만큼 부담과 책임감이 공존했다. 여러 감정을 안고 현미래로서 오롯이 존재한 10개월은 그에게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8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다빈은 “아직은 시원함보다 섭섭함이 크다”면서 “언제나 헤어짐은 아쉽다”며 애틋해했다.

배다빈은 현미래와 지난해 12월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그는 ‘현재는 아름다워’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기회를 마주하자 고민이 커졌다. “감사한 기회가 왔지만 마냥 신나진 않았어요. 내가 주말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잘 해낼 수 있을지,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인공에 걸맞은 사람인지… 수많은 생각이 오갔어요.” 제작진은 그런 배다빈의 손을 들었다. 그렇게 배다빈은 현미래가 됐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제게 큰 영향을 준 작품이에요. 20대 마지막과 30대 시작을 ‘현재는 아름다워’와 함께했거든요. 열 달이나 함께하는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잖아요. 선후배, 동료 배우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애착이 가는 건 역시 미래예요. 미래는 사랑이 크고 많은 사람이에요. 의도 없고 순수하거든요. 미래로 보낸 시간 덕에 저 역시 성장했어요.”

전작인 ‘신사와 아가씨’가 큰 사랑을 받은 만큼 ‘현재는 아름다워’에 쏠린 기대감이 컸다. 초반 시청률이 전작에 미치지 못하자 혹평이 날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배다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확신이 있어서다. 하명희 작가, 김성근 감독, 여러 배우들과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이유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악인 없이 서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주말을 따뜻하게 물들이자는 목표에 모두가 힘을 합쳤다. “모든 작품에는 존재 이유가 있잖아요. 저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해낸 것 같아요. 이해와 존중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는 순간이 많았죠. 연기는 함께하는 거잖아요.” 연기의 조화로운 맛을 한 번 더 실감한 순간이다.

배우 배다빈.   사진=박효상 기자

감정을 만드는 건 스스로의 몫이었다. 배다빈은 음악에 도움을 빌렸다. ‘현재는 아름다워’ OST부터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으며 미래에게 감정 이입했다. 체력 관리도 중요했다. 긴 회차, 많은 분량을 소화하기 위해 삼시세끼와 영양제를 열심히 챙겼단다.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체력부터 마음의 공간, 제 모든 시간을 ‘현재는 아름다워’에 온전히 쏟았어요. 맡은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하려면 모든 걸 내줄 수밖에 없었죠. 작품에 애정이 커서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에게 미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저는 작품, 캐릭터와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헤어지는 사람이에요. 최선을 다해 사랑한 만큼 아쉬움이 크진 않아요. ‘현재는 아름다워’는 조금 달라요. 유난히 서운하고 유달리 아쉬우면서 적적해요. 배우들과 정들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작품의 끝이 우리와 이야기의 끝은 아니잖아요. 미래의 감정을 느끼며 미래로서 지낸 시간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려 해요.”

배다빈은 50부작 동안 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미래는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는 캐릭터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미래는 이럴 것 같은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미래가 곧 제가 됐다고 느꼈어요.” 미래와 현재(윤시윤) 모두를 마음에 품으며 작품에 대한 몰입감은 더욱 커졌다. 이를 자양분 삼아 새로운 목표점을 삼았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캐릭터가 저와 함께 호흡한다고 생각해요. 경험과 시간으로 함께하는 거죠. 이 모든 걸 즐기고 껴안으며 나아가려 해요. 책임감도 강해졌어요. 착실히 준비해서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명세를 원하진 않아요. 단 한 분이라도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나 제가 맡은 캐릭터를 보며 위로와 공감을 얻으시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고요. 그러려면 꾸준히 성장해야겠죠? 최고로 잘하진 못해도, 조금씩 나아지고 나아가는 배다빈이 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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