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가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도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 등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주무 장관인 박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 거부를 시사한 상황이어서 여야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29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찬성 168표, 반대·기권 각 1표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이번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며 단체로 퇴장했지만 민주당(169명) 의원만으로도 해임건의안 의결정족수(재적 의원의 과반)를 채워 단독 처리가 가능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건 2016년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국회 표결대로 해임할 의무가 없어 해임 건의안을 거부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은 교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국민들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도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입장문을 통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마지노선, 엄중한 국제정세의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이번 해임건의안 가결로 여야 간 대치는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 거짓말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공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상황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시작하고 대통령이 빚은 것”이라며 “장관 해임건의안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계속 문제제기하고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이 여야 합의 없이 국회에 상정된 책임을 물어 이날 중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전날에는 박성제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기자 등 4명을 고발하는 등 역공을 본격화했다.
국정감사에 돌입하는 내달 4일부터는 여아 간 갈등 국면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