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K-방역을 극찬한다고 자평하던 문재인 정부가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전폭 지원했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한 채 개발 참여 제약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청에 대한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질의에서 “녹십자는 코로나 백신 이슈를 소재로 단기간에 주가가 5배 이상 뛰었지만 결국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녹십자를 포함해 ‘정부지원금’을 받아놓고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제약사들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녹십자는 2020년 혈장 치료제 ‘지코비딕주’로 정부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 협약사업’에 선정돼 58억원 ‘정부지원금’을 받았지만, 결국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면서 “해당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보건복지부는 어떤 조치를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백 의원은 쿠키뉴스 단독 보도<野 반대에 무산된 ‘먹튀’ 제약사 국감 증인 소환>를 인용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 녹십자의 정경유착 의혹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020년 녹십자를 연이어 방문하고, 녹십자 치료제 개발 이슈를 각종 언론에 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최대 5배까지 급등한 녹십자 주식 변동 그래프를 보였다.
백 의원은 “대부분 제약사는 신약 관련 이슈를 기업의 기밀 사항으로 취급 관리하고, 최고 등급의 보안을 유지한다.”며 “허은철 GC녹십자 대표가 지난 2020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대화에서 ‘올해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상용화될 것 같다. 세계에서 치료제를 가장 먼저 개발하는 기업이 녹십자가 되고 싶다’란 확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녹십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일반적인 관행을 깨고 신약 개발 현황을 언론에 대놓고 홍보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걸로 보인다. 신약 이슈에 대해서는 엄격히 기밀 유지하는 제약업계 관행을 깨고 허은철 녹십자 대표가 이낙연 대표를 통해 해당 발언을 대중에게 전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든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이에 대해 “(기밀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주가조작 혐의 제약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관계 기관에서 할 것이고. 저희는 평가가 잘 이뤄졌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백 의원은 지난 3일 쿠키뉴스가 단독 보도한 <野 반대에 무산된 ‘먹튀’ 제약사 국감 증인 소환> 기사를 토대로 질의했다. 해당 보도는 지난 2020년과 2022년 국민의힘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허은철 녹십자 대표 간의 정경유착 의혹을 따져 묻기 위해 허 대표의 증인 신청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결사코 반대해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마치 코로나19 치료제가 국내서 개발돼 연내 상용화될 것 같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정치권 발언으로 녹십자 등 제약사들의 주가를 올렸고, 제약사 경영진 일부가 각사의 주가 최고점 전후로 현금화해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