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임직원의 횡령·배임·금품수수 등 모럴해저드 행위(도덕적 해이)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농민 지원에 활용될 재원이 임직원들의 일탈로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러한 지적에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7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는 농협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 행위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먼저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 임직원들의 횡령 등 부정비리 피해가 5년 동안 1000억 정도 발생했다”며 “이 돈은 농민의 피와 땀인데, 이같은 부정으로 농협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농축협의 횡령사고가 2017년 24억원(23건)에서 올해 들어서는 288억원(38건)까지 증가했다”며 “회수 금액도 283억원에 불과해 회수율이 낮은 상황에서 문제가 개선 없이 횡령 금액만 커지고 있다”고 추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은행·보험사·상호금융 등 여타 금융사를 포함한 전체 금융권 횡령 사고 현황을 보면 네 건 중 한건이 범농협에서 발생했다”며 “농협중앙회장이 임직원들을 문책할 때는 확실하게 문책하고 철저하게 정신교육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야당 의원들 역시 농협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 지적에 동참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제출한 최근 5년간 시중 5대 은행 임직원 윤리강령 위반 현황을 보면 전체 143건 중에 농협은행에서 60건을 위반했다. 전체의 41.9%를 차지한다”며 “2020년과 2021년 전체 위반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사고 현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대 은행 금융사고를 보면 농협은행에서만 사고금액 115억중 67억원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주 의원은 “상호금융도 마찬가지다. 최근 6년간 농협 상호금융 횡령사건은 지난해까지 연간 1억~30억원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8월말까지 116억원에 달한다”며 “횡령 사건 금액만 따지면 지난해 시중 5대 은행 사고금액 115억원 보다 더 많다”고 우려했다.
임직원의 모럴해저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횡령 사고 등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대책도 필요하다”면서 “농협중앙회나 단위 농협에서 장기간 근무한 사람들을 준법감시인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이러한 지적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희 중앙회장은 우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사고 유형별로 여러 제재 방법이나 대책을 만들고 있는데 신종범죄가 새로 나와 대책이 못 따라가는 형국”이라며 “앞으로는 감사 등을 디지털화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사건사고들에 대해 관리할 수 있는 지침은 있는데 그 지침 가지고는 고액의 사고 건을 관리하거나 징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징계 지침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사고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금융지주 차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협의회를 구성해 빈발 사례에 대해 특별점검하고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조만간 예방 조치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