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동물 기르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동물사육에 대한 안내와 동물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 기르기에 대한 자율적 보장과 더불어 교육적 효과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중 총 1947개교에서 17만2760마리의 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동물군으로는 어류종이 2만5300마리(강원도 1개교에서 기르는 꿀벌 13만6500마리 제외)로 가장 많았고, 어류를 제외하고는 닭이 가장 많이 길러졌다. 포유류 중에서는 토끼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특이 동물로는 전남 A유치원에서 기르는 타조, B유치원에서 기르는 산양, 경북의 C유치원과 D초등학교의 양이 있었다. 강원과 서울의 학교에서는 꿀벌을 기르고 있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햄스터 대신 다람쥐나 팬더마우스, 사막쥐, 펫테일저빌 같은 소형 설치류를 기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도 많았다. 듄 게코나 레오파드게코, 비어디드래곤과 같은 도마뱀의 인기도 높았다. 큰 사육장이 필요한 대형 포유동물 대신 달팽이나 체리새우, 도둑게, 소라게, 가재 같은 갑각류도 많이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적 관리가 수월한 소형 동물군의 선호가 두드러졌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에서 동물 기르기를 가장 많이 했으며 특수학교와 초등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순이었다.
학교 내 동물 기르기가 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로 드러났다. 동물 기르기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각 학교에서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해도 마땅한 응답처도 담당 부서도 없었다.
실제로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기르던 토끼들이 급격히 번식해 관리가 어려워지자 시청, 정부부처, 교육청 등에 해결책을 문의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했다. 학교 측은 산에 풀어주면 될 거라고 자체 판단해 해당 개체들을 수리산에 방생했고, 해당 사건은 언론보도로 문제화됐다.
곤욕을 치른 서울교육청은 뒤늦게 동물 기르기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당초 이에 대한 지침이나 대책 수립조차 없었다는 점에선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교에서 기르는 동물의 관리는 학교 자율에 맡긴 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관련 지침이나 담당 부서조차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지적 받을 점이다. 동물 기르기가 교육적 효과가 있어 자율적 운영을 허락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와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관리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농촌진흥청 소속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 2016년부터 동물교감교육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감능력(17%), 또래관계(18%), 자기효능감(23%)이 상승했다. 동물 기르기의 순기능이 분명한 만큼 동물을 기르는 학교를 규제하고 행정적 부담을 늘리는 대신 교육청에서도 동물 관리가 필요한 현장을 뒷받침하고 지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에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은 담당 부서부터 지정하고, 기본적인 현황 파악에 나서야 한다”라며 “현황 파악을 바탕으로 교내 동물들이 적절한 관리를 받으면서 아이들도 동물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안내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는 등 교육청 차원에서의 정책수립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