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금융부채를 진 38만여 가구는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세자금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86%에 달해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여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첫 번째 빅스텝 단행 이후 당분간 소폭의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행보에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2일 “미국의 연말 최종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났다”며 “다음 통화정책 회의 전까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인상 폭과 시기, 경로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고위험 가구의 가계부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를 차지했다. 2020년 말(40만3000가구)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37만6000가구) 대비 5000가구 증가한 상태다.
한은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경우를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세자금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형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51조5000억원으로 전체 162조원의 93.5%를 차지했다. 변동금리형 전세대출 비중은 2019년 말 83.2%에서 2020년 말 86.7%로 최근 3년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은 20∼30대 청년층 비중이 높아 우려를 더한다. 6월 말 현재 전체 전세대출 차주 가운데 20대 차주 수는 30만6013명(22.2%), 30대 차주 수는 54만2014명(39.4%)으로, 20∼30대 차주가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대출 금액 기준으로도 20대 차주 23조8633억원(14.1%), 30대 차주 70조1325억원(41.5%)으로 20∼30대 전세대출 잔액(93조9958억원·55.6%)이 100조원에 육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금리 인상기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준현 의원은 "최근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특히 취약 차주, 저소득 가계의 이자 부담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