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고(故) 이대준씨 피격사건과 관련해 해경이 ‘월북몰이’ 수사를 개시하게 된 과정의 전말을 공개했다.
재작년 9월 21일, 최초로 이 씨의 실종 현장에 출동한 해군작전사령부는 오후 3시, 합동참모본부에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를 한다. 근거는 4가지로 들었다. 당시 조류가 남쪽으로 흐른 점, 바다에 어구 등 장애물이 다수였다는 점,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다는 점, 구명장구류의 분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해작사로부터 최초 유선 보고 받은 합참은 오후 3시 17분,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문자로 보고를 했다. 월북 가능성이 있냐는 당시 서욱 장관의 질문에 합참에서는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했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까지 해당 내용이 전파됐다.
다음날인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우리 측 특수정보에 실종자가 북에 있다는 것이 최초로 확인되었고, 오후 6시 36분 문재인 대통령은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 당시 보고 내용은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 있었고 북측 해역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후 9시 40분경, 갑자기 북이 이 씨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까지 저지르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유엔 연설 및 대북관계,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예상되자 피격 이틀 후인 24일 오전 11시까지 약 35시간 동안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월북 조작에 들어간다.
23일 새벽 1시 긴급관계장관회의, 23일 오전 10시·24일 오전 8시에 진행된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월북 가능성이 ‘낮다’에서 ‘높다’로 바뀌었고, 이후 해경과 국방부는 각각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 “월북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해경은 속칭 ‘해경왕’이라 불리는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를 받아가면서 월북몰이 짜맞추기 수사에 몰두한 것이다. 증거로 슬리퍼를 지목했는데 유전자 감식결과 여러 사람의 DNA가 나와 고인의 것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구명조끼 입고 사라졌다는 것도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도박빚, 정신적 공황상태까지 언급하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2차 가해를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위에서도 작년 7월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관련자 징계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해경이 무리수를 두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군의 자료에서도 ‘월북’이라는 단어는 딱 한번 나오며, 이것도 희생자가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안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첫째, 우리 정부가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6시간이나 있었는데도 구조노력 없이 죽음을 방치했다는 점, 둘째, 조직적 월북몰이로 희생자를 두 번 죽였다는 점에서 반 인권적 국가 폭력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