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올해 주요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말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은행들의 이자이익 증가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기세다. 다만 이를 두고 은행이 금리 인상의 위험을 차주에게 전가하고 이익만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한 이익 대비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14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은행계 상장사 8곳(KB, 신한, 하나, 우리, 기업, BNK, DGB, JB)의 올해 예상 이자이익은 총 56조1800억원이다. 지난해 8곳의 이자이익 48조1750억원 보다 8조원(16.62%) 증가할 전망이다. 상반기 이들의 이자이익은 이미 27조원을 넘어섰다.
KB금융지주의 예상 이자이익이 12조967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금융지주(12조3850억원), 하나금융지주(8조7100억원), 우리금융지주(8조4850억원), 기업은행(7조2110억원), BNK금융(2조9340억원), DGB금융지주(1조8010억원), JB금융지주(1조6870억원) 순이다.
올해 이자이익 증가율은 우리금융이 21.46%로 가장 높고, 기업은행(17.67%), 하나금융(17.12%), JB금융(16.18%), KB금융(15.47%), 신한금융(15.01%), BNK금융(14.07%), DGB금융(12.49%) 순으로 높을 전망이다.
은행권의 이자이익 증가는 기준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코로나사태로 역대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며, 지난 12일 두 번째 빅스텝을 통해 금리를 3.0%까지 끌어올렸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들에게 호재”라며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8.4% 증가한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 3.25%, 내년 1분기에는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들의 이자이익 개선세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이자이익 증가와 반대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국내 대출 시장의 특성상 차주들의 부담은 높아질 예정이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과 같이 변동금리 비중이 90%가 넘어가는 대출의 차주들 어려움이 커질 것을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산업 진흥을 위해 변동금리 대출을 방치한 결과 현재의 위험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 의원은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는데, 한국은 변동금리 비중이 70%대다, 금리 인상기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는 반면, 취약차주는 금리가 더 오르면 악화된다”면서 “지난 10년간 금융당국이 누구의 입장을 대변했나. 대출 총량 관리는 방치하고, 금융리스크는 계속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상황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권이 대출로 막대한 이익을 본 반면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보면 은행연합회 회원 기관들의 지난해 사회공헌비는 총 1조617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312억원 줄었다. 은행권의 지난해 순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 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이익이 증가하지만 향후 부실채권 증가로 손실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항변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이 은행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늘어난 이익으로 향후 늘어날 부실 채권을 대비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 이자 상승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