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헬멧 없이 겹쳐타기…겁 없는 10대 ‘킥보드 질주’[놀이터통신]

면허·헬멧 없이 겹쳐타기…겁 없는 10대 ‘킥보드 질주’[놀이터통신]

매달 터지는 10대 전동 킥보드 사고
전동 킥보드 교통법 무용지물…무면허 사고 계속

기사승인 2022-10-17 06:36:02
공유형 전동 킥보드. 사진=임지혜 기자

[놀이터통신 46] 전동 킥보드 발판 위에 한 발을 올리고 반대 발로 땅을 구르며 가속 레벨을 누르니 기자의 몸이 ‘붕’ 날아가듯 앞으로 움직였습니다. 최대 18km/h 속도라더니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깜짝 놀랐는데요. 자동차 엑셀과 같은 역할인 가속 레버는 누르는 세기에 비례해 속도가 빨라지는데 처음엔 뭣 모르고 꾹 눌렀다가 급발진하는 바람에 진땀을 뺐습니다. 브레이크 작동이 익숙지 않아 제동할 때 몸이 앞으로 순식간에 쏠려 눈앞이 아찔해지는 경험도 했고요. 

기자가 직접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보니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나 운전면허가 꼭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휴대폰과 결제 카드만 있으면 바로 운전할 수 있었는데요. 다만 제가 이용한 업체의 전동 킥보드는 무면허 시 속도가 법률상 가능한 시속 25km가 아닌 최대 18km/h로 제한됐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번으로 면허 인증을 미룬 채 이용할 수 있거나 면허 등록을 선택으로 두고 할인쿠폰으로 등록을 유도하는 업체들도 있었습니다. 면허가 없는 10대 청소년도 충분히 이용 가능한 셈입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께 경기도 군포시의 한 사거리 교차로에서 중학생 3명이 탄 전동 킥보드와 승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한문철TV 캡처

끊이지 않는 미성년자 무면허 사고


10대 청소년들의 전동킥보드 사고는 하루가 멀다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의 무면허 전동 킥보드 운전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미성년자 무면허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학부모들은 헬멧도 없이 2~3명씩 겹쳐타고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등하교시 학교나 학원, 놀이터 인근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에서 5세 자녀를 키우는 김지연(37)씨는 최근 중학생 2명이 탄 킥보드 때문에 아이가 다칠 뻔해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김씨는 “중학생 2명이 초등학교 앞 골목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아이 옆을 스쳐 지나가 깜짝 놀랐다”며 “골목에서 (킥보드가) 순식간에 튀어나오기 때문에 자동차 못지않게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8월 세종시에서는 중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달리다 횡단보도 보행 신고를 기다리던 80대 여성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죠. 

같은 달 경남 마산에선 헬멧도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던 10대 2명이 차량과 충돌해 중상을 입었고, 9월 경기도 군포시에선 경기도 군포시에서 중학생 3명이 함께 킥보드를 타고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좌회전하는 승합차와 충돌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매달 반복되는 10대들의 전동 킥보드 사고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전동 킥보드를 타지 못하게 교육하자” “청소년이 대여할 수 없게 해달라” 등의 반응이 쏟아집니다. 

전동 킥보드 사고는 10대, 20대에 집중됐습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전동 킥보드 사고로 병원에 옮겨진 사람 중 60~70%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1~7월의 경우 10대 이하는 1361명, 20대는 113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여럿이 함께 전동킥보드를 타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더 높습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함께 킥보드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합니다. 기자가 7분간 A업체의 전동 킥보드를 타보니 1700원의 이용요금(대여비 1000원, 분당 100원)이 나왔습니다. 보통 업체들의 분당 이용요금이 100~180원가량이기 때문에 30분만 타도 대여비 포함 4000~5000원을 지출하게 됩니다.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 사이에선 다른 친구에게 이용요금 결제를 강요하는 일명 ‘킥보드 셔틀’까지 등장했습니다.  

공유형 전동 킥보드 플랫폼 업체들의 면허 인증 방법. 사진=전동 킥보드 공유 앱 캡처  

교통법 개정 1년 지났는데…유명무실한 규제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때는 원동기면허나 운전면허를 소지해야 하고 1인이 탑승해야 하며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는 만 16세 이상 취득하기 때문에 면허가 없거나 만 16세 미만인 학생이 전동 킥보드를 타는 건 불법입니다.   

하지만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6일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운전면허자동검증시스템’을 운영하는 전동 킥보드 플랫폼 업체 12곳 중 11곳이 운전면허 확인절차 없이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 주고 있었습니다. 

정부로부터 면허검증시스템을 제공받고 있지만 면허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여되는 전동 킥보드 수는 21만 4734대에 달합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대여업은 법령상 규율을 받는대상이 아닌 자유업입니다. 면허 인증 없이 업체가 킥보드를 대여한다고 하더라도 규정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법안으로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현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 등이 각각 2020년 9월과 11월 발의됐지만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자율적 참여에서 나아가 제도화를 통한 이용자 및 보행자의 보호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법률의 조속한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언제쯤 그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입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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