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감산 결정으로 미국과 관계 악화…“부산 엑스포 유치에 호재”

사우디, 원유 감산 결정으로 미국과 관계 악화…“부산 엑스포 유치에 호재”

OPEC+, 다음달부터 하루 200만배럴 원유 줄일 듯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 관계 재설정 나설 듯”
이준한 “유가 올라가면 유럽 국가도 사우디에 우호적 생각 못 가져”

기사승인 2022-10-18 06:30:01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찾아 증산을 요청하고 미 행정부가 나서 전방위 로비를 펼쳤으나 사우디는 이를 외면하고 감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행정부와 백악관 고위 관료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사우디와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검토하고 무기 판매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수출국 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결정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엑스포 유치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현재 사우디, 이탈리아와 엑스포 유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다음 달부터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직접 찾아가 증산을 요청했으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시장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살만 국왕은 국정 자문회의 연설에서 “사우디는 글로벌 경제성 중요 요소인 국제원유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OPEC+ 합의를 수립하고 유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사우디가 수행하는 건 시장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살만 국왕이 원유 감산에 대해 해명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미국 CNN 방송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가 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며 “감산이 러시아의 실적을 늘려주고 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다음 달부터 OPEC+의 원유 감산이 본격화되면서 전문가는 타 국가들이 엑스포 유치 등 다양한 문제에서 사우디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석유 유가 문제, 다른 외교 문제들로 인해 (타 국가에서) 사우디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과 사우디가) 유치전을 벌인다고 했을 때 우리에게 더 호의를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로서는 사우디를 미국과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유가를 자꾸 올리게 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사우디에 우호적인 생각을 과거만큼 갖긴 어려울 거다”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차기 권력자로 분류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역시 국제 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왕세자 직을 맡은 이후 반체제 인사 암살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8년 터키에서 피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까슈끄지는 미국 워싱턴 포스터 등에서 사우디를 비판하는 칼럼을 작성한 유력 언론인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대표해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선 까슈끄지 암살사건 배후론 등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Campaign Against Arms Trade(CAAT)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사우디의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참석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CAAT는 이 자리에서 사우디가 국가 미화를 위해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비판했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승부를 건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부터)과 한덕수 국무총리,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 박형준 부산시장.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한편 한국은 엑스포 개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해 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덕수 국무총리,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 주요 요직 인사들은 연일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직접 외교전에 나섰다. ‘엑스포 유치’가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국정과제로 채택했고, 해외 순방 또는 외교 사절 면담에서는 필시 엑스포 이야기를 꺼내 들면서 직접 홍보맨을 자처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8일 부산시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 센터를 방문해 부산시장을 격려하고 엑스포추진본부장을 독려했다. 총리실이 실무 유치 활동을 담당하는 만큼 연일 국내외를 누비면서 바쁘게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한 총리는 또 앞선 6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불어와 영어로 경쟁 발표(PT)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7일에는 BIE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했다. 우리 정부는 ‘대전환을 통해 세계인이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제로 차별화된 부분을 강조한 걸로 알려졌다.

더불어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역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장 기획관은 실제 아프리카 험지에서 탄탄한 논리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기니비사우, 세네갈, 감비아,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해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접촉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 교섭을 했다.

또 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케냐 신임 대통령 취임 축하 특사단으로 케냐를 방문해 아프리카 동부지역 대상으로 교섭활동을 벌였다. 사우디 측에선 장 기획관의 설득을 통한 엑스포 유치 전략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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