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다시 ‘제판분리’ 열풍…노사갈등 해결은 숙제로

보험업계, 다시 ‘제판분리’ 열풍…노사갈등 해결은 숙제로

흥국생명 GA 설립 신청…“영업 경쟁력 강화”
보험설계사 고용 불안 지적도…“제판분리는 트랜드, 계속 이어질 것”

기사승인 2022-10-18 06:10:01
최근 제판분리 인가를 신청한 흥국생명 본사.   흥국생명 제공

보험업계에서 지난해 불었던 제판분리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자회사형 GA를 통해 영업 효율화와 시장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본사소속 설계사들이 자회사로 이동하면서 노동조합 등은 보험사에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라며 노사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가 자주 관측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흥국생명은 금융감독원에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을 위한 인가를 신청했다. 법인명은 ‘HK금융파트너스’(가칭)로, 통상 인가신청 결과가 2~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결과는 연말 즈음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최근 보험업계 트렌드에 맞춰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게 됐다”며 “설립 이후 판매 자회사 별도 분리 등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제판분리란 ‘제작’과 ‘판매’의 분리(제판분리)를 의미한다. 기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로 이동시켜 본사는 상품·서비스 제조를, GA는 판매를 담당하는 영업형태를 말한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가장 최초로 제판분리를 단행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으로 2021년 3월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이후 한화생명도 4월1일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1만9000여명과 본사 임직원 1300여명이 이동했다.

이후 제판분리는 꾸준히 진행되면서 라이나생명(라이나금융서비스)·푸르덴셜생명(KB라이프파트너스 등 신규 GA가 시장에 진입했으며, 동양생명은 올해 초 본사 TM조직을 분리해 업계 첫 TM판매자회사 마이엔젤금융서비스를 출범하고 신한라이프 역시 내년 초를 목표로 TM 조직을 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판분리가 꾸준히 진행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영업효율’이 크다는 분석이다. 원수사(모회사)는 수수료 등의 부담을 덜 수 있고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또한 판매자회사는 보험사 소유의 GA인 만큼 타사상품 판매로 수수료 연결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이같은 보험사들의 제판분리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산업 제판분리 논의 배경과 향후 과제’ 리포트를 펴낸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간 지속된 수익성 저하로 비용관리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전속설계사들의 반복적 이탈로 기존 영업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장경쟁 심화, 빅테크기업의 금융업 진출 등이 제판분리 현상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제판분리를 통한 보험회사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 분석에 기초한 영업조직 운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판매자전문성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판분리 과정에서 불거지는 노동자와의 갈등은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여타 큰 파열음 없이 제판분리를 끝냈지만 한화생명은 설계사조직과의 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의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이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연맹 위원장은 “2021년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을 시작으로 동양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보험회사들이 제판분리를 시작했다”며 “보험 전문성 고도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전속 설계사의 고용보험료 부담 회피와 금소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 회피, 구조조정 등이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판분리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게 업계의 시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계에선 GA의 영향력이 꾸준히 증가했던 만큼 업권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판분리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초반에는 설계사 조직과의 노사갈등 등 진통이 있겠지만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경영 효율성 개선 부분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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