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장의 ‘내부출신 1호’ 행장인 윤희성 행장이 처음 등판한 국정감사에서 곤욕을 치렀다. 한화그룹과 관련한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돼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수은의 해외자원 투자가 수백억의 손실을 기록하고, 중소․중견기업 보다 대기업에 지원이 쏠려있다는 지적까지 나와 그를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1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화그룹과 관련된 수은의 각종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한 의원은 이를 두고 “게이트가 될 수도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전했다.
먼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한화는 시중은행에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이다. 그런데 낮은 금리로 제공되는 정책자금을 자기들 사익과 승계를 위해 사용했다”라며 “수은이 이러한 배경을 모르고 대출해줬다면 여신심사 기능에 심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고 해줬다면 위법한 대출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8월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에 각각 500억원을 만기 3년 조건으로 대출해줬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은 이 자금을 가지고 지분 75.21%를 보유한 자회사 한화임팩트(옛 삼성종합화학)의 잔여지분을 매입했다. 수은이 제공한 대출은 금융위에서 추진하는 ‘K-뉴딜 금융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실소요자금의 최대 90%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수은은 수소 에너지 사업 지원 목적으로 해당 정책자금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상식적으로 한화임팩트가 수소회사이면 한화임팩트를 지원해야지 왜 모회사에 대출을 해주냐”면서 “한화임팩트는 아직까지 석유화학이 주력인 회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은 업무세칙에 수출촉진자금은 수출기업의 인수에는 지원 가능해도, 이미 인수한 회사의 잔여지분 인수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또한 (지원 대상이) 대기업이면 우대지원 산업이어야 하지만 수은이 석유화학을 우대 산업으로 정하지 않는 이상 (이번 대출은) 지원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화에너지의 수소에너지 사업은 10% 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잔여지분 매입은 지난 2015년 한화와 삼성 사이의 빅딜 마무리 작업으로, 한화가 삼성의 방산·화학분야 4개 회사를 인수하는데 당초 올해 4월까지 한화임팩트를 상장해야 했다”며 “상장을 하지 않으며 삼성이 잔여지분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되어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가 지난해 상장을 포기하고 1조원의 대금을 지급하면서 잔여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언론에서 이를 ‘승계’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수은이 이번에 대출해준 회사는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김승현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100%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질타했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해 “(한화의 잔여지분 인수는) 100% 지분을 확보해 효율적인 투자 의사결정체계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지분인수 목적의 여신 취급시 지분율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신심사때 승계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지원은 수소산업 지원을 위한 것으로 승계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윤 행장은 ‘대답을 똑바로 하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날 한화그룹이 인수하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이자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수출입은행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2조33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영구채를 연 1.0% 금리에 매입했다. 이후 매년 무보증회사채 금리에 0.25%p를 더하는 '스텝업'(금리 조정) 이자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스텝업' 이자율을 유예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며 “스텝업 이자율을 적용하면 연 이자율이 10%대 수준으로 급등해 연간 2700억원 정도 이자가 발생한다. 이를 유예해 준 것은 특혜·배임 소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윤 행장은 이같은 지적에 “전혀 특혜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대우조선의 경영상황이 열악하고, 인수된 이후에도 경영정상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채권 회수율이 떨어지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그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재위 위원들은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카이) 인수설과 관련해 수은의 매각 여부를 묻는 질의도 쏟아냈다. 윤 행장은 “매각을 계획한 바 없고, 검토도 한 적 없다”고 답변했지만 기재위 위원들은 수은이 한화에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카이를 한화에 매각할 경우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3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해외자원개발 펀드, 대기업 지원 비중이 높은 수출팩토링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와 그를 궁지로 몰았다. 아울러 금리인상에 고통을 받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수은이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행장은 지적 사항에 대해 제도개선 등을 약속하면서 대출금리 인하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