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내 금융소비자의 카드 개인정보를 빼돌려 무단으로 결제를 하는 ‘부정결제’ 사고가 삼성카드에서 발생했다. 해당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알리고 결제 취소 요청을 했지만 삼성카드에서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결제취소가 1개월간 미뤄졌다. 다행히 금융소비자는 결제 취소를 받는데 성공했다지만, 설명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해외 부정결제사고를 제보한 양 씨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퇴근한 이후 양씨의 핸드폰으로부터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게 됐다. 한 번도 이용한 적 없는 트립닷컴이라는 여행 사이트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230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였다. 무단결제 사고인 것을 직감한 양 씨는 카드사에 연락을 취하는 사이 추가로 호텔 숙박에 100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를 추가로 받았다.
이후 양 씨는 삼성카드에 카드분신신고 및 부정결제사건신고를 진행하고 결제가 진행된 여행사이트에도 문의를 넣었다. 하지만 여행 사이트에서는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했고, 이에 양 씨는 삼성카드 고객센터에 피해사실 전달과 결제금액 취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카드에서는 카드 개인정보 인증을 통해서 결제 승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결제를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에 따르면 해킹, 정보유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한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신용카드업자가 책임져야 한다. 다만 본인이 결제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직접 유출했거나 카드를 양도하는 등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삼성카드에서는 이번 사건서 양 씨의 개인정보가 기입된 이후 승인이 됐다고 파악하고 양 씨의 귀책사유가 발생한다고 본 것. 하지만 양 씨는 “사용하던 카드를 잃어버린 적도 없고, 제 3자한테 노출한 경우도 없었는데 이런 답변을 들려주니 너무 황당했다”며 “잘못한 것이 없는데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양 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상황은 급변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수 차례의 걸친 문의전화에도 똑같은 답변을 들려주던 삼성카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결제를 취소해주겠다고 한 것. 대신 삼성카드에서는 “결제를 취소했으니 금감원에 접수한 민원은 취하해 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양 씨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간 안된다고만 하다가 금감원 민원 한 번에 태도를 바꾸고 결제를 취소하는 대신 민원 취소를 요청하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그간 삼성카드를 믿고 꾸준히 써왔는데 배신당한 기분만 든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업권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4월 경 해외 무단결제 사고가 일어난 바 있는데, 이번 사건과 비슷한 유형이였다”며 “일반적으로 책임 소재는 카드사가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인 조사결과 고객의 책임이 있다고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금감원 민원에 즉시 결제를 취소한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단체에서도 삼성카드가 고객을 기만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해외에서 발생한 무단결제 사고의 경우 대부분 금융소비자의 유출 책임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하게 파악하고 소비자한테 피해가 안가게끔 조치를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약 3개월간 처리를 미루다 금감원 민원에 태도를 바꾼 상황인데, 금융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이라며 “삼성카드가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이 타업체보다 남다른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삼성카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부정결제사건신고가 접수된 이후 트릿닷컴과 지급결제 대행사(가맹점)에 결제취소 문의를 수 차례에 걸쳐 진행했지만, 양 사에서 정상결제됐다는 이유로 문의가 반려됐다는 것.
이후 양 씨에게 경찰에 피해신고 접수를 통해 사실내용을 증명해야 한다는 안내를 진행했고, 금감원 민원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지급결제 대행사에 전달하자 결제 승인 취소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간편결제 혹은 국내에서 결제된 사항의 경우 빠른 결제취소가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는 가맹점이 엮인 사항이라 해당 업체에게 결제 취소를 위한 설득으로 사건 해결까지 시간이 소모됐다”며 “이와 함께 피해고객에게 정보전달 과정에서 오해를 사게 된 점에 대해서도 사과의 말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