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힘입어 국내 4대 은행지주가 올해 9월까지 14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이익이 급등하며 은행지주의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만큼 취약차주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은행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잠정)은 13조8544억원을 기록했다. 전날 신한금융이 3분기 누적 4조3154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고 밝혔으며, 같은날 KB금융은 4조279억원, 하나금융은 2조8494억원, 우리금융은 2조6617억원의 실적을 각각 발표했다.
4대 은행지주의 순익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13% 증가한 규모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이익이 늘어나며 순이익 증가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3분기 24조원대에 머물던 4대 은행지주의 누적 이자이익은 1년만에 29조원까지 20% 늘어났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이 가장 높은 24%의 증가세를 보였고, 하나금융(19.40%), KB금융(19%), 신한금융(17.80%) 등도 17% 이상 이자이익이 증가했다.
은행지주의 이자이익은 증가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원화대출이자율과 예금이자율의 차이는 2.01%p로 지난해 동기 1.63%p 보다 크게 벌어졌다. 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 등에 나섰지만 벌어지는 예금과 대출 이자율의 차이를 잡지는 못 했다.
그러는 사이 4대 은행지주 모두 비이자이익은 증시 하락 및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이 1년동안 29.50% 하락했고, 하나금융(23.90%), 우리금융(16.20%), 신한금융(12.90%) 등도 모두 10%p 이상 비이자이익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자이익이 비이자이익의 하락분을 메꾸고 순익 증가까지 견인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권과 정부는 국내 거대 은행지주들이 대출과 금리인상에 기대 돈을 벌었다고 보고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금리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국민들과 기업이 엄청난 고통 겪고 있는데 이 고통 속에서 과도한 축재를 하는 게 말이나 되나”라며 “금융기관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 공공성의 책임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요구는 좀 더 구체적이다. 앞서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 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정부는 채안펀드 조성에 은행지주들이 출자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여기에 금리인상에 취약한 이들을 위한 채무 조정이나 금리 인하 등의 지원 역시 정부의 요구사항이다.
은행지주들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지주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은행이나 은행지주에 대한 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이 늘어난 은행이 경제 회복을 위해 나서주길 원하는 요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은행지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