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에 이은 25일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최대 쇼핑 축제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가을 시즌이 되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세페에 대한 인기는 미국만큼 높지 않다. 오히려 미국 블프 직구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편이다. 대규모 할인 행사라는 타이틀에 비해 저조한 할인율과 낮은 인지도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대규모 할인행사와 문화축제가 결합된 쇼핑 관광 축제로,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사는 게 즐거워지는 모두의 쇼핑축제’라는 슬로건으로 열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참가 기업들에게는 판매 기회를 제공해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세페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중소기업 등 2300여 개 업체가 참여한다. 2016년 처음 개최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공인,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코세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2016년 처음 시작됐다. 정부가 행사를 주도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후 2019년부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코세페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최대 90%의 할인율을 보이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는 달리 낮은 할인율과 인지도, 미비한 내수 진작 효과 때문이다.
한 30대 소비자 김 모씨는 “정부 차원의 내수 진작 행사라고 하지만 표면적인 행사에 불과한 것 같다”며 “블랙프라이데이 직구를 하는 게 가격 면에서도 훨씬 이득이다. 가격 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할인율이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국내 최저가보다 저렴한 편이다. 보통 50~90%까지 할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코세페 기간 동안 할인율은 통상 세일 기간의 할인 수준인 10%~30%에 불과하다. 정기 세일 등 다른 행사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유통 구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제조사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재고 비용을 부담하느니 마진율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율은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국내는 특정 매입한 상품을 판매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은 반품하는 구조다. 국내 백화점 3사만 봐도 직매입이 아닌 특약 매입을 통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온라인의 경우는 애초 매입 형식보다는 위탁 판매 위주로 운영을 하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만큼의 할인율은 볼 수가 없다.
코세페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곳곳에선 저조한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는 코세페가 이번에도 획일적인 할인 행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결국 눈에 띄는 할인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세페가 흥행하려면 소비자들이 놀랄 만한 파격적인 할인과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물가가 많이 올라 소비 위축이 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