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배당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지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불안한 자본시장을 반영하듯 금융지주들의 자본 건전성이 하락하고 있어 당국의 개입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 규모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신한금융(4.3조원), KB금융(4조원), 하나금융(2.8조원), 우리금융(2.6조원)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3조8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일 컨퍼런스 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닥쳐도 자본 비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며 “앞으로도 현금 배당 규모를 견조하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호 KB금융 CFO는 같은 날 “4분기 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을 작년 배당보다 더 높이는 게 목표”라면서 “우리가 고려하는 건, 주당 배당액과 현금 배당액을 작년보다 줄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이유로도 경쟁사보다 배당 성향을 낮게 가져갈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승 하나금융그룹 CFO도 “현재 주주환원책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자본 활용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올해 안에 추가적인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인수합병(M&A)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금융만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배당 확대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현재 배당정책에 대해 감독 당국이 구체적으로 의사를 전해오지는 않았다”며 “그룹의 재무실적과 자본적정성,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 고려해서 안정된 배당성향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의 이러한 배당 정책에 변수는 당국의 개입이다. 그동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민간금융사의 배당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단,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배당’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은 3분기에도 떨어지며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신한금융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은 올해 3월말 16.15%와 13.02%에서 9월 말 각각 15.9%와 12.7%로 떨어졌다. KB금융은 15.92%‧13.43%에서 15.42%‧13.42%로, 하나금융은 16.07%‧13.57%에서 15.22%‧12.73%로, 우리금융은 14.77%‧11.26%에서 14.33%‧10.9%로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지주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자본 건전성 하락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을 금융지주에 요구한데 이어 5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조성까지 주문한 상태다. 이는 금융지주의 주식과 채권 보유 증가로 위험자산이 증가해 자본 건전성이 하락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대출 부실화 우려도 당국의 개입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건전성이 하향 안정화되었으나, 2023년은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 채무부담의 급증,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부실이 늘어날 우려도 크다”며, “반면, 코로나 금융 지원으로 건전성 착시는 더욱 심화될 수 있어 금융회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당과 관련해 당국의 주문은 11월 들어왔다”며 “기본적으로 배당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당국의 추가 자본 적립 등의 요구에 따라 다음 달 최종적인 배당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배당수익률을 6.1~8.8%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이 8.8%로 가장 높고, 뒤이어 하나금융(8.2%), KB금융(7.0%), 신한금융(6.1%) 순서를 보일 전망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