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27일 은행 예대율 규제를 6개월 이상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역시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한시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과 저축은행이 기업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 비율을 각각 100% → 105%, 100% → 110%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우선 6개월간 유지되면 이후 시장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 완화로 은행과 저축은행에 추가적인 기업대출 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예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 간의 경쟁이 줄어 조달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대출금리 상승압력도 일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은행 예대율 산출시 한은 차입금을 재원으로 하는 금융중개지원 대출도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의 예대율 산출시 한은 차입금은 예수금 항목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런데 금융중개지원대출 취급액은 대출금 항목에 포함돼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취급할수록 예대율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당국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취급액을 예대율 산출시 제외함으로써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더 많은 대출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조치들을 10월중 즉시시행하고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권의 자금운용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같은날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포함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한은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11월 1일부터 3개월 간 한시적으로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 주는 담보물을 말한다. 

이와 함께 한은은 예정에 없던 증권사, 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내년 1월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보통 한은은 통화 조절 수단으로서 RP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RP를 매입하기로 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금융당국과 한은의 이같은 조치는 정부의 지원 발표에도 회사채 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가라않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에 직접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실제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전날 1.307%p까지 벌어졌다. 지난 2009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로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이번 사태의 방아쇠 역할을 한 강원도는 이날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 채무 전액인 2050억 원을 12월 15일까지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변제일을 한 달 이상 앞당긴 것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