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를 시작으로 농협중앙회까지 상호금융 업권 일부에서 잇달아 일부 신규 부동산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까지 요동치자 2금융권을 중심으로 선제적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산보호를 위한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당장 자금조달이 시급한 부동산 시장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 업권에서는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다음달 4일부터 부동산 개발 관련 공동대출의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관련 지침이 담긴 공문을 지역 농·축협에 전달했다.
공동대출은 여러 상호금융조합이 공동으로 부동산 개발 시공사 등을 대상으로 내주는 대출이다. 이에 따라 개발 인허가가 완료되거나 시공능력 평가 순위가 높은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등 일정 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신규 대출이 중단된다.
농협중앙회에 앞서 신협중앙회도 지난 21일부터 중도금대출, 이주비대출, 부담금대출을 비롯한 집단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집단대출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집단에 진행하는 대출로, 아파트 분양에 주로 이용된다. 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일괄 진행하다보니 대출규모가 거대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주별로 엄격한 심사가 어려워 부동산 시장이 안좋아질 경우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상호금융 뿐 아니라 대부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드코프는 지난 24일 대출 중개업체에 차입 금리 상승, 자금시장 경색, 부동산 시장 가격 불안정을 이유로 대출 규모를 더 줄이겠다는 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중단이 이어지고 있는데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 가파른 금리상승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상승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금융권에 해당하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수신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급격히 올라간 반면 법정최고금리의 상한선이 있어 예대마진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 회사채 시장마저 불안정해지다 보니 부동산 뿐 아니라 기업에 자금공급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6조4400억여원으로 지난 8월보다 19.8%나 감소했으며, 3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초 ABS 발행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54% 줄어들었다.
다만 추가적인 금융사들의 ‘대출중단’ 릴레이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문턱을 올릴지언정 부동산대출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는 것.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권에서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주택시장 침체도 계속돼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지만, 대출자체를 중단하는 일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는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추가 적립률은 금융기관 이용 수에 따라 부도율이 상승하는 점을 감안해 차등 규정됐다. 금융기관 5~6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에 대해선 충당금 충당금 요적립률의 30%를, 7개사 이상의 다중채무자는 50%를 추가 적립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범위엔 대부업법상 여신금융기관과 금융위 등록 대부업자가 포함된다.
금융위는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 저축은행 건전성에 우려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