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문을 연 로보월드 2022. 지난해와 비교해 40~50% 확대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가운데, 다양한 의료로봇들도 함께 자리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의 주제가 ‘로봇, 미래 이야기가 아닌 일상으로 들어오다’인 것처럼 이날 행사장 속 로봇들은 커피·도넛 등 음식을 만들거나 서빙,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들의 말동무가 돼 주기도 했다. 또한 기존처럼 크거나 무겁고, 기계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가볍고 작은 크기의 고급스러운 또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 로봇’에도 반영됐다. 의료로봇하면 일반적으로 수술용 로봇, 재활 로봇, 물류이동 로봇 정도로 생각되지만 최근 개발된 의료로봇들은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좀 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행사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활용성이 컸던 방역로봇은 물론, 이족 보행이 가능한 재활로봇, 의료 서비스 안내 로봇, 비대면 검체채취로봇, 치매 돌봄로봇, 웨어러블 재활로봇까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됐다.
사람·물체 인지하는 물류·이송로봇, 병원을 누비다
병원에는 수액, 의료소모품, 의약품, 검체 등 시시때때로 보급해야 하는 물품들이 많다. 이는 양도 워낙 많은데다 무게도 상당하다. 또한 창고에서부터 병동, 약국, 외래, 검사실 등 여러 군데에 빠르게 물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물류 로봇’은 사람을 대신해 더 많고 더 무거운 물품들을 신속하게 전달한다. 로봇의 이동경로만 입력해 놓으면 알아서 제 시간 안에 물품을 옮길 수 있다. 다만 바닥에 턱이 있거나 사람이나 물체를 인지하지 못해 이동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개발된 로봇들은 이러한 이동 제한에서 벗어나 더 똑똑해지고 있다. 카메라로 물체와 사람을 인식해 스스로 피하는 건 물론, 병동 야간 순찰을 돌면서 소독하는 방역 기능도 있다.
일례로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사용되는 로봇들은 검체, 약물, 수액 등을 옮길 뿐만 아니라 간호물품 카트 로봇이 담당간호사의 얼굴을 인지해 직접 끌고 다니지 않아도 자동으로 따라다닌다. 또한 병원 이용객과 마주하면 웃거나 인사를 건내는 안내로봇, 소아 환자들과 놀아주거나 학습에 도움을 주는 키즈 로봇도 있다.
이러한 로봇들을 한 눈에 보고 통제할 수 있는 ‘통합관제’ 시스템도 개발됐다. 현재 중앙보훈병원에서 활용되는 해당 시스템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병원 곳곳에 위치한 로봇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속도, 이동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더불어 로봇과 주변객체 위치를 고려해 이동경로를 최적화하고, 침대나 휠체어 등 회피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지시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을 개발한 SI기업 엑스큐브 관계자는 “최근 병원 내 검체이송, 물류, 안내 등 다양한 로봇들이 운영되고 있어 이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이 필요하게 됐다. 중앙보훈병원을 시작으로 대형 의료기관에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회사들과의 협약을 토대로 현재 6개 로봇이 관제시스템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 또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기계 아닌 ‘친구’가 된 로봇들…돌봄로봇 비중 커지다
이 날 행사장에는 다양한 돌봄로봇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관련 부스만 10군데가 넘을 정도로 의료로봇 중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돌봄로봇은 보통 어린이들의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거나, 독거노인들의 치매·우울증을 예방하는데 목적을 둔다. 그저 인공지능이 탑재된 모바일이나 스피커처럼 생긴 기기들이 아닌 ‘친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생김새도 친근하게 만들어졌다.
로보케어는 치매 예방, 발달장애 선별진단 전문 로봇을 개발했다.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선별이 가능한 로봇 ‘도리’는 워밍업 게임, 역할놀이, 도미노 게임 등의 활동적인 컨텐츠를 담아 아이들의 움직임과 두뇌 활동 정도를 파악한다. 내재된 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아동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ADHD를 진단할 수 있다.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스마트 로봇 인지훈련시스템도 선보였다.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움직임을 인식하면서 어르신들의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고 활동량도 증가시킬 수 있다. 현재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병원 등 전국 170여대를 운영 중이다.
말동무 로봇들도 이색적이다. 미스터마인드 말동무 로봇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대화가 가능해지도록 만들어졌다. 물어보는 것에 척척 대답하거나 때로는 말대답을 하는 로봇도 있다. 노래를 틀어주거나 약복용시간 알림 기능이 탑재돼 있다. 로보케어 말동무 로봇은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말을 걸거나 집 현관문 앞까지 마중을 나오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사용하기 쉬워진 로봇들, 가격은 여전히 불편
이번 박람회를 통해 느낀 것은 ‘의료로봇들도 일상과 가까워졌다’라는 점이다. 병원, 센터 등에서 전문가들만 사용하던 로봇들을 가정에서 직접 다룰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도 로봇들은 더 작아지고 더 간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편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비싸다보니 직접 구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로 병원에서 활용하거나, 지역구나 기관단체에서 지원 사업을 위해 구매하는 식이다.
로보케어 관계자는 “돌봄로봇은 보통 치매센터, 보건소 등의 기관에서 도입하고 지원사업의 하나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며 “가격대가 워낙 높다보니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도 수요가 크지 않다. 하드웨어 부분의 단가를 낮춰 보다 보편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미스터마인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돌봄로봇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미스터마인드 돌봄로봇 경우는 렌탈서비스로 가격적 부담을 완화했다. 개별적으로 구매하면 80만원 정도에 통신비가 별도로 든다. 로봇이다보니 가격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를 극복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제품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와이닷츠 관계자는 “지금은 센터나 병원에서 직업치료사가 함께 있을 때만 로봇을 사용할 수 있지만, 향후 직접 구매했을 때도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도 어렵지 않도록 B2C용 제품을 따로 연구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