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10m 건물 외벽에 가로막힌 비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 길이는 40m, 폭은 4m 내외다. 성인 5~6명이 나란히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고 경사가 크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누군가가 넘어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인파에 휩쓸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참사 주요 원인으로 최대 수용인원을 넘어선 대규모 인파가 몰린 점, 피신할 여유 공간이 없었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고가 난 골목길의 한쪽은 높이 10m의 해밀톤호텔 외벽이다. 다른 한쪽은 출입구말고는 여유 공간이 아예 없는 점포가 밀집해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압박받은 군중들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반대쪽을 밀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한정된 공간에서 군집이 밀집되면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라며 “공간이 좁으면 똑같은 인원에 대한 밀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사진 골목길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골목길이 경사져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잡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구조다. 혼자 움직여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17분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좁은 내리막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사망자 숫자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149명이었으나, 3시간 만에 2명이 늘어났다. 피해자 대다수는 10대~20대이며 남성이 54명, 여성이 97명이다. 참사 당시 좁은 골목길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들어찼다. 사람들이 5~6겹으로 넘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직후 시민과 상인들이 깔린 이들을 구조해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다.
최은희, 민수미, 이소연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