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31일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행안부 설명자료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면서 “앞으로 더욱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사고를 예방할 소방이나 경찰 인력이 배치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평소와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 이후 책임회피성 발언이라는 질타가 여당 내부에서도 쏟아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했어야 한다”고 쓷소리를 내놓았다. 이어 “시청·광화문 일대 집회가 많아 거기에 병력을 배치하다 보니 (이태원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면서 “사람이 10만 모인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 대책이나 안전 통행을 제한하는 그런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런 점이 굉장히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라고 반문하며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장관은 질타가 쏟아지자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직후 “어제 제가 드린 말씀은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도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질타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행안부 설명자료를 통해 동일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만 오후 발표된 행안부 자료에서는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입장이 추가됐다.
한편 대통령실도 이 장관의 발언 취지가 잘 못 전달된 것으로 봤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발언이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