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기조에 은행들의 정기예금이 급증했다. 금리인상 기조에 은행에 머물던 대기성 자금이 정기예금 등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한 영향이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면서 은행의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원으로 9월 말(760조5천44억원)보다 47조7231억원(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 잔액은 626조159억원으로 전달 말(655조1천158억원)보다 29조999억원(4.4%)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예금으로, 금리가 연 0.1% 내외에 그쳐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된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은 줄고 금리가 상승세인 정기예금이 늘어난 상황이다.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1일 기준으로 연 4%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우리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4.71%(12개월)로 가장 높고,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연 4.60%다. 농협은행이 4.32%로 여타 은행 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다. 높은 이자에 부담을 느낀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서둘러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원으로 전달 보다 1조4354억원 줄었다. 은행 가계대출은 10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신용대출 잔액은 123조6299억원으로 전달 보다 1조9322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보다 금리가 높고 대출 금액이 크지 않아 이자 부담에 중도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수신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저축은행들 역시 금리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7일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1.1%p 인상해 최대 4.6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4.50%까지 올렸다.
여기에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6%대 예금 금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5.40%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올라가면 은행의 수신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신금리가 오를 때는 6개월 등 예금 상품의 만기를 짧게 잡아 금리 상승의 혜택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준금리와 수신금리 상승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은 금리인하요구권이나 대환대출 등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