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인데…시름 깊어지는 유통가

연말 대목인데…시름 깊어지는 유통가

4분기 특수 겨냥한 대규모 행사 중단·최소화
“사회적 애도 분위기 이어질 경우 타격 불가피”

기사승인 2022-11-07 15:41:14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마지막 모의평가일인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재수생들이 9월 모의평가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연말 대목을 노리던 유통업계가 각종 행사들을 축소하거나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식 국가 애도기간은 종료됐지만 희생자 추모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는 연말 매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가는 오는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지난해보다 이벤트를 대폭 축소해 진행한다. 이미 제조가 완료된 패키지들만 판매하며 별도의 판촉활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16일까지 응원 먹거리·용품을 할인 판매한다. 초콜릿 등을 비롯해 락앤락&써모스 보온도시락·보온병 등 20여종, 핫팩 3종을 할인가에 선보인다. 이밖에 2023학년도 수능 응시 수험표를 제시하면 자급제폰 ‘삼성 갤럭시 Z 플립4 또는 폴드4’와 ‘버즈2 프로’를 동시 구매하면 취급 점포에 한해 일정 금액을 추후 삼성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 받을 수 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지난해에 이어 ‘수능대박세트’를 출시하고 ‘포기마요 찰떡합격’ SNS 이벤트를 이달까지 실시한다. 올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에서도 한솥의 ‘수능대박세트’를 찾아볼 수 있다. 

김효신 한솥 마케팅본부장 이사는 “올해 누구보다도 어려운 한 해를 보냈을 수험생들이 원했던 결과를 성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수능을 준비해 온 수험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님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빼빼로데이·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형행사 홍보 및 마케팅도 자제하고 있다. 코세페는 오는 15일까지 예정대로 진행하되 참여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국가 애도 기간과 겹쳐 개막식은 취소됐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빼빼로데이 관련 마케팅도 줄줄이 축소하거나 취소됐다. 편의점 4사(CU·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는 홍보용 입간판을 모두 철거하고 이벤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빼빼로데이의 경우 이미 발주를 마친 상태라 매대에 빼빼로를 진열하는 정도로만 진행된다.

롯데제과는 코로나19 이후 첫 빼빼로데이 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했지만 취소했다. 포키를 제조하는 해태제과도 마케팅을 중단했다. 대형마트도 이미 입고된 빼빼로만 이벤트 매대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백화점 업계는 준비한 크리스마스 행사를 미루거나 중단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일 크리스마스 외벽 장식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더현대서울은 지난달 27일부터 진행한 6000개의 조명을 활용한 ‘라이트닝 쇼’를 잠정 중단했다.

주류업계 역시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카타르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는 상황을 지켜본 뒤 오프라인 행사 진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연말 특수가 몰리는 4분기에는 유통가 매출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그러나 마케팅 축소와 ‘3고 위기’(고금리·고환율·고물가)가 맞물려 소비 심리 역시 갈수록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그만큼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년=100)로 전년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7월 기록한 6.3%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5% 후반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고물가 등으로 침체된 소비 심리와 이태원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올해까지는 행사나 마케팅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라앉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매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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