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점수 하위 10~20% 등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체 여부와 관계없이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생계비 소액 대출 제도는 빠르면 내년 1분기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는 이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취약계층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에 대한 세부방안을 마련 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정부와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민생금융점검 당정 협의’를 열고 서민금융부담 완화 등 민생금융 안정화 대책으로 대환대출 활성화 방안, 취약계층 선제적 지원방안, 안심전환대출 진행상황 점검(금융위), 자동차보험 동향 및 대응 방안(금감원) 등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협의에서 합의된 사항이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 지원 방안인데, 이를 금융위가 받아들인 뒤 긴급생계비 소액대출 관련해 ▲지원 대상 ▲예산 ▲대출한도 등 세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세부 내역들을 보면 제도권 금융 이용이 불가능한 신용점수 하위 10~20%에 속하는 저신용자들이 지원 대상이다. 여기에 연체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당 50만~2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전 서민금융 자금지원들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서고 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긴급생계비 대출은 기존 서민금융 지원 방식과 차이가 있는데, 전국에 있는 서금원 통합센터가 직접 확약서를 받고 대출을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서민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24조1항4호에 따라 서금원은 서민에 대한 신용보증뿐 아니라 자금대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거가 마련된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생계비 지원 대출의 목적에 대해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에 있다는 설명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대출 연체 등으로) 불법사금융 쪽으로 빠질 수 있는 분들이 많은데, 서민들이 사채시장에서 허우적대지 않게 장치를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며 “요즘은 물가가 높기 때문에 너무 소액이어도 안 된다”며 “일정한 생활에 정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도까지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긴급생계비 지원대출의 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힘들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긴급생계비 지원대출 대상이 신용등급 하위 10~20% 구간의 이용자들이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업체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들인데 이들의 대출문턱이 너무 높은 상황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대부금융사의 문을 두드리는 저신용 서민들은 많아진 반면, 대출실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업 이용자는 170만9000명에 달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 10만3000명이 대부업을 이용했는데, 이 가운데 30대와 40대가 3만5000명과 3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20대 이하와 50대도 각각 1만6000명, 60대 이상도 3000명이나 됐다.
반면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율은 지난 2019년 44%에서 지난해 52%로 증가했다. 대부업체 대출 중 담보대출 규모가 신용대출 규모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안해주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한 대부금융 관계자는 “리드코프나 러시앤캐시 등 상위권 업체들도 신규대출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며 “그나마 실행되던 담보대출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선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던 대부금융마저 대출문턱을 올리는 이유에는 ‘법정최고금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전채 시장의 급격한 경색 등으로 조달금리가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법정최고금리가 연 20%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마진을 넘어 ‘역마진’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것.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는 한 번 낮아진 상황에서 다시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만큼 2금융권의 대출문턱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 본다”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나 대부금융도 햇살론을 취급할 수 있게 해준다면 자금경색 현상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