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대응을 두고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 상황을 사전에 인지한 정부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영구채 콜옵션을 미이행하겠다고 했을 때 금융당국은 이를 인지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전날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다시 이행하기로 했다. 이 행위가 정상적이라면 금융당국이 시장 상황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이달 9일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부여돼 있지만, 금리를 조금 더 높여주는 조건으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보통 첫번째 콜옵션 행사일에 조기상환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작동했다.
흥국생명은 시장금리가 치솟은 상황에서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기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보다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고 기존 증권의 금리를 조금 더 올려주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콜옵션 행사를 미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실을 사전에 확인했다. 그렇지만 흥국생명의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고,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결정은 한국물 채권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프리미엄이 75.61bp(1bp=0.01%p)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1bp)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CDS는 대출이나 채권 등 투자에 존재하는 부도, 파산, 지급불이행 등의 신용 가치가 감소하는 위험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 파생상품이다. 통상 CDS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채권발행국이나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국내에서 가장 부도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는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CDS프리미엄 평균도 4일 기준 75bp(0.01bp=1%포인트)로 지난해 말(22bp)에 비해 3배 넘게 올랐다. 결국 흥국생명은 9일 콜옵션 행사를 통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두고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국가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오 의원은 “사전에 조치할 수 있었던 지점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금융당국은 계속 뭉개는 모습이다”며 “이러한 태도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레고랜드 사태도 그렇고 왜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느냐를 지적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원장이 반복되는 상황을 왜 외면하고 축소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내놓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흥국생명이 경영상 크게 문제가 없다는 시장안정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며 “불안 해소가 안 되기에 (이후) 저희가 근본적인 자본확충(증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속 대응했다.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