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 상황을 사전에 인지한 정부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좀 더 긴장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플랜 B’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9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에 대한 지적과 이에 따른 제도 개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반응은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과도 비슷한 궤를 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7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조기상환 스케쥴은 알고 있었지만, 시스템적으로 (금융당국의) 사전 개입이 쉽지 않다”며 “시장에서 발행시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점과 흥국생명 측의 자금여력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흥국생명의 콜옵션 연기에 대해 해외 반응을 예상했고, 콜옵션 연기 발표 이후 흥국생명의 재무상황이 안정적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해명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흥국생명의) 대주주가 증자하는 방식으로 조치해 재무건전성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고, 대외 신뢰도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전날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했고, 신한은행은 4억 호주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날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4억 호주달러(한화 약 3585억원)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플랜B를 가지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제재안을 정례회의에 상정한 것에 대해 “국회에서 너무 지체돼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금융시장이 많이 어렵긴 하나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말이 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은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했다.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손 회장이 원안대로 금융위에서 문책 경고의 제재를 받으면 연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제재 수위가 금감원의 결정 수준보다 조정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는 합의제 기구로, 9명이 모여 토의를 해서 결정하는 시스템이기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회의체 기관의 결정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