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그간 강한 규제가 적용됐던 부동산 시장의 제한을 풀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규제지역 내 지역별·주택가격별로 차등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로 일괄 조정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이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 자체는 쉽사리 녹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 우려 등 외부적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규제지역 무주택·1주택자 ‘LTV 50% 단일화’…15억 초과 주담대도 허용
금융위원회는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의 이행을 위해 10일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세부사항을 보면 현재 LTV 규제는 보유주택, 규제지역, 주택가격별 차등적용하고 있지만 항후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부)에 대해 LTV를 5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다만 다주택자는 기존 규제가 그대로 유지 된다.
또한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도 허용하기로 했다.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이 금지 됐었는데,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 대상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를 허용해준다. LTV는 50%까지 적용된다.
서민 실수요자는 규제지역에서도 LTV를 70%로 단일화해 확대 적용하고, 대출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린다. 요건은 현행대로 △부부합산 연소득 9000만원 이하 △(투기 및 투기과열지역)주택가격 9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8억원 이하) △무주택세대주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한 금융위는 금리 인상기 주거 안정망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안심전환대출(주택가격 6억원 이내·대출한도 3.6억원)과 적격대출(9억원 이내·한도 5억원)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연내 정책모기지 세부 개편 방안을 확정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해 프로젝트펀드(PF) 보증 지원도 확대한다. 준공 전인 미분양 사업장이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내년 2월 중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하고 중소형 사업장 대상 PF 보증을 당초 5조원에서 10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전체 보증 규모도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규제완화 진행됐지만…‘고금리’·‘경기침체’ 요인에 실효성↓
부동산업권을 비롯해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그대로인 상황에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DSR 기준은 40%로 묶여있는데, 이는 소득이 높은 전문직이나 사업가가 아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
실제로 시중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인 무주택 실수요자가 14억원 아파트를 매입할 때 주택담보대출 상한액은 7억원이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연봉 5000만원인 무주택 실수요자의 최대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은 3억5500만원이다. 5000만원인 연봉 차이에 비해 상한액 기준 차이가 무려 2억4000만원에 달한다.
치솟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무시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의 상단은 7%대고, 고신용자들이 포함되는 하단은 5%대인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라며 “DSR규제를 뚫어낸 맞벌이부부나 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대출을 일으킬만한 수요가 생겨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비슷한 시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및 주택가격 하락이 전망되고 있어 이미 매수심리가 식었기 때문에 당장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다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애로 해소를 돕는다는 부문에서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규제지역 완화 및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서울·수도권이 사실상 조정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정상화하겠다던 여러 규제들이 남아 있는 만큼 규제지역 완화 뿐 아니라 취득과 양도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 등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