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5%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높은 금리를 찾아 돈이 몰리면서 은행의 정기예금은 한 달 만에 수십조원이 늘어나는 상황. 다만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에 부담을 토로한다. 더욱이 예금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는 만큼 대출자들은 이자 걱정에 한숨을 내쉰다.
1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날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4.98%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세전 4.98%, 세후 4.21%의 금리를 제공해 금리가 가장 높았다.
뒤이어 △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 4.95% △수협은행 헤이(Hey)정기예금 4.80% △중소기업은행 1석7조통장(정기예금) 4.80% △광주은행 미즈월복리정기예금 4.74% △광주은행 스마트모아Dream정기예금 4.64%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 4.60% 순서다. 이 가운데 부산은행 정기예금은 우대이자를 포함할 경우 금리가 5%를 넘어간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급증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10월만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이 56조2000억원 늘어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은 44조2000억원이 줄었다.
금리가 0%대인 수시입출식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대신 고원가성 예금의 증가는 은행의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KB·신한·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이자 비용은 1조58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36% 증가했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은 이달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려 예금 확보 전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은행의 조달경쟁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금리 급등으로 은행 조달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다”며 “조달 환경 악화로 이제는 대출성장을 위해서는 순이자마진(NIM)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바일앱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수), 기업고객 충성도 및 시금고.구금고 유치 능력이 저원가성예금 방어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출금리의 상승도 불가피하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산출된다. 지난 9월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자 코픽스는 최근 10년2개월 만의 최고치인 3.4%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예대율 규제 등을 완화해 줘서 예적금을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은 줄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 금리는 계속 상승해 나갈 것”이라며 “요구불예금 등이 다른 은행의 고금리상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