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공간으로 변모한 이태원 지역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기도할 때”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고가 발생한지 10여일이 훌쩍 넘었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자 전국에 설치됐던 합동분향소들은 대부분 철거됐지만 이태원역 추모공간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9일 참사가 일어난 장소와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에는 오늘도 국화꽃이 놓이고 그들을 위로하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메모가 빼곡히 붙어있다.
이태원역 주변에는 그들을 위로하는 수천 송이 국화꽃 향기와 향냄새가 뒤섞여 슬픈 감정을 더욱 자극한다. 이태원역 1번 출구 계단 벽면에도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쪽지가 가득 붙어 있다. 주말을 앞둔 11일 저녁, 꽃다운 나이에 저 하늘 별들이 된 156명의 내외국인 희생자들을 위해 함께 슬퍼하며 진심으로 추모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 외국인 가족, 멀리 의정부에서 수업을 마치고 왔다는 중학생, 직장인들까지 국적과 연령을 불문하고 조문행렬은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수원에서 왔다는 김영만(67) 씨는 “손주 같은 젊은이들이 활짝 꽃 한 번 피워보지 못하고 져버렸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세월호도 그렇고 어른들의 잘못으로 왜 이렇게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무 잘못도 없이 목숨을 잃어야하는지 울분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남대문 교회 왕보현(64) 장로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서 잘못한 사람들은 처벌해야 하지만 지금은 우는자와 함께 울며 기도할때”라고 말했다.
핼러윈 축제의 밤을 즐기기 위해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이 곳 골목으로 향했을 국내외 젊은이들, 그 날 밤 충격은 아직도 그대로 인 듯 이태원의 밤은 오늘도 어둠 속에 침묵만 흐르고 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